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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흰개미떼 문화재도 비상 예방정책 서둘러야

등록 2023.06.05 10:29:15수정 2023.06.05 10: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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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문화부 기자

이수지 문화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 떼에 범정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외래 흰개미에 대해 실시한 범정부 합동 역학조사 결과, 해당 세대에서 최초 신고된 94마리 외에 실내 문틀에서 확인된 100마리 포함 총 159마리가 박멸됐다.

정부는 외래 흰개미는 마른나무흰개미(가칭)로 최소 5년 전 건축 당시 흰개미에 감염된 목재 건축자재 또는 가구를 통해 유입된 후 따뜻한 실내에서 생존해 온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재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1998년 국내에 서식하던 흰개미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을 갉아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외래 흰개미는 목재 주성분 셀룰로스를 섭취해 목재 건축물과 자재에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흰개미 피해는 심각하다. 지난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흰개미 피해로 방제를 한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는 조사 대상 78건 중 17건, 피해율은 2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 피해를 본 문화재는 전체 조사 대상 369건 중 71건으로 19.2%에 이르렀다.

이 의원은 최근 흰개미 피해 중가 주요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으면서 문화재 화재 예방을 위해 화재저지선으로 구축한 문화재 주변 그루터기가 흰개미 서식처로 활용돼 흰개미 피해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방충사업이 현행법 상 문화재 수리에 해당돼 현장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흰개미뿐만 아니라 산불, 태풍, 장마로 인한 문화재 피해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3월 강원도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경포대 인근으로 확산하면서 일부 문화재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보물 강릉 경포대, 국가민속문화재 강릉 선교장은 다행히 화마를 피했으나 시도 유형문화재 방해정은 일부 소실되고 비지정문화재 상영정과 인월사는 전소됐다.

지난해 8월에는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에 남양주 영빈묘, 서울 헌인릉, 선정릉 등에서 문화재 피해가 발생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한산성에는 성벽 일부가 무너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당시 집중 호우로 문화재 피해 53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장마 기간인 6월23일부터 집계하면 피해는 92건에 달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유산 기본법'에 따라 60년간 사용했던 '문화재'라는 명칭을 '국가유산'으로 바꾸면서 문화유산을 보존과 관리 차원에 그치지 않고 활용하고 향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유산 활용과 향유는 보존과 관리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기후변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규모와 종류의 피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보존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올해 장마철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도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장마철에 작년 못지않은 큰비가 오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집중호우로 인한 문화재 피해도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기존 보존 정책만으로는 문화재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예방 정책을 시급히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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