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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쥐락펴락 사우디-러 역대 두 번 째로 입장 차

등록 2023.06.08 11: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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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하자 사우디 '100만 배럴 감축' 밝혔으나

제재로 석유 수입 급감한 러는 감축 의사 안 밝혀

산유국 일부 당국자들 통계 공개 않는 러 비판도

[빈=AP/뉴시스]긴밀한 협력으로 유가를 쥐락펴락해온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이 최근 엇갈렸다. 지난해 3월3일 촬영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2023.6.8.

[빈=AP/뉴시스]긴밀한 협력으로 유가를 쥐락펴락해온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이 최근 엇갈렸다. 지난해 3월3일 촬영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2023.6.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최근 6년 동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전 세계 석유가 조정을 주도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지난 주 열린 회의에서 역대 두 번 째로 입장이 엇갈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회의에서 사우디는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수출량을 하루 100만 배럴 감축하겠다고 밝힌 반면 러시아는 수출 감축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는 전 세계 석유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두 나라 사이에 이 같은 입장 차이가 드러난 일은 두 번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는 2개월 전 생산 감축에 합의했으며 사우디는 합의에 따라 생산을 감축했지만 러시아는 감축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최근 석유 생산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수출을 오히려 늘려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하락 방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던 두 나라의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감수하면서 중국과 인도에 더 많은 석유를 수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가는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7일 오후 미국의 기준 유가가 배럴당 73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 유가는 배럴 당 120 달러였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궁지로 몰지 않기 위해 러시아를 공개 비난하지 않고 있다. 제재로 서방 기업들이 대거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와중에 사우디의 왕국지주회사가 러시아 에너지 회사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으며 사우디는 발전용 석유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문한 뒤인 지난해 9월 러시아와 석유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유가와 물가 진정을 위해 노력해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석유 소비가 줄어 유가가 떨어졌으나 당시에도 러시아는 대규모 생산 감축에 동의하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 사우디가 수출량을 대폭 늘려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러시아의 석유회사들에 타격을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협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두 나라가 미국의 일부 정책에 대해 반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을 설정한 영향 등으로 올 들어 5개월 동안 러시아의 석유 매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사우디와 중동 산유국들은 앞으로 비슷한 위협이 자신들에게도 제기될 수 있다고 판단해 러시아를 배척하지 않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 중동 전문가 아리엘 아흐람은 “러시아 편들기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러시아의 신뢰도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러시아가 석유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송유관을 통한 유럽 석유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해상 석유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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