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스포츠

[기자수첩]참사 속 빛난 스포츠 스타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등록 2014.04.23 06:01:00수정 2016.12.28 12:39: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역사는 2014년 4월의 대한민국을 무척 잔혹했던 시기로 기록할 것이다.

 '남보다 나'라는 일부 어른들의 그릇된 사고 방식이 싹을 피우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의 희생으로 이어지면서 역대 최악에 가까운 참사를 만들어냈다. 남해 진도에서 들려오는 희생자들의 애절한 사연들을 접할 때면 따사한 봄날의 기운마저 야속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각계각층에서 이어지는 피해자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은 잠시나마 위안을 얻게 해준다. 여기에는 스포츠 스타들의 선행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27)은 인천 동산고 시절 자신이 다녀온 수학여행 코스에서 희생당한 아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쾌척한 그는 등판 일정이 없던 21일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 테이블을 마련하고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사인회를 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자신이 친선대사로 있는 유니세프를 통해 1억원을 기부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과 2011년 일본 대지진, 2013년 필리핀 태풍 등 재난 때마다 기금을 꺼냈던 김연아가 세월호 참사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손흥민은 지난 주말 뉘른베르스크전에서 70m를 질주한 뒤 완벽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오른팔에는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인 검은 완장이 감겨 있었다.

 손흥민은 어시스트 이후에도 크게 웃지 않았다. 독일 언론은 "손흥민이 한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선박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승리를 바쳤다"고 표현했다.

 NC 다이노스 선수단과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 한국프로골프(KPGA) 소속 선수들,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재호 등도 정성을 담아 세월호로 보냈다.

 두산 선수단은 헬멧에 '無死生還(무사생환)'을 붙인 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지금도 여러 스포츠 스타들과 구단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현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만큼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인물도 드물다. 망국적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뛰어 넘는 거의 유일한 이들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해외에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혹은 했던 선수들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물론 '부와 명예'를 지닐 만큼 지닌 이들의 행보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다. 도움의 완성은 좋은 방향으로의 실천이다.

 최근 침몰사고 현장을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치료로 사용되던 테이블에서 라면을 먹은 사실이 포착돼 곤욕을 치렀다. 안전행정부 송영철 국장은 사망자 명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직위해제를 당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분위기에 맞지 않는 자작시로 논란을 야기했다.

 대한민국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는 이들이 보여준 잘못된 실천의 좋은 예다. 며칠 사이 있은 대표적인 일들만 추려낸 것이 이 정도다.

 굳이 이들과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스포츠 스타들의 관심은 따뜻하다. 진짜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이런 것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