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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무능한 검·경③]수사 기본 망각…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등록 2014.07.25 12:24:13수정 2016.12.28 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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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결과를 발표, 서중석 원장(오른쪽)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브리핑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4.07.25.  jhse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결과를 발표, 서중석 원장(오른쪽)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브리핑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4.07.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 전 회장 시신에 대한 정밀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독극물 분석 및 질식사, 지병,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지만 시신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며 "사망 시기 또한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 전 회장의 정확한 사망 시기와 경위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국과수 발표 현장에 함께한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은 "(시신 발견 당시) 경찰만 현장을 갔다. 그러니까 경찰 시각으로만 본 것이다"라며 "법의학자가 현장에만 갔다면 또 다른 의견이 개진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신 발견 당시 경찰은 도대체 뭘 했나?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매실밭 주인 박모(77)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천 경찰은 "신원 불상"이라고 보고하며 그의 유류품과 발견 당시 특징으로 "스쿠알렌 빈 병, 콩 10알, 겨울 점퍼, 금니 10개, 반듯하게 누워있음"이라고 기재했다.

 시신 곁에 놓여있던 천 가방 안쪽에 적힌 '꿈같은 사랑'이라는 문구는 기재하지도 않았다. '꿈같은 사랑'은 유 전 회장이 지난 1991년 오대양 사건으로 구속됐을 당시 썼던 편지글을 묶은 책이다.

 흰 색 운동화는 벗겨진 상태였지만 '흰 색 운동화 착용'이라고 기재했다.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24일 오전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인근 매실 밭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붉은 원형)이 발견됐다.  안경이 발견된 장소는 송치재 별장 '숲 속의 추억' 에서 직선거리로 500m 정도며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1.5㎞ 지점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위 사진은 2007년 4월 25일 유병언씨가 제35회 제네바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며 빅토리골드에서 본사에 제공한 인물사진이다.  경찰은 안경을 정밀감식해 유병언의 것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2014. 07.24. kim@newsis.com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24일 오전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인근 매실 밭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붉은 원형)이 발견됐다.  안경이 발견된 장소는 송치재 별장 '숲 속의 추억' 에서 직선거리로 500m 정도며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1.5㎞ 지점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위 사진은 2007년 4월 25일 유병언씨가 제35회 제네바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며 빅토리골드에서 본사에 제공한 인물사진이다. 경찰은 안경을 정밀감식해 유병언의 것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2014. 07.24. [email protected]

 스쿠알렌은 세모그룹 계열사가 판매하는 대표적인 상품이지만 이를 눈여겨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유 전 회장이 지난 5월 중순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의심되는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이었다.

 검·경 뿐만 아니라 유 전 회장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린 일명 '현상금 사냥꾼'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찰은 "시신 부패가 심해 신원 확인이 안 된다"며 '단순 행려병자 변사 사건'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시신의 머리카락과 뼈 조각 등은 40일 넘게 현장에 방치됐다.

 뒤늦게 현장을 다시 확인한 경찰은 지난 24일 송치재 별장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유 전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을 찾았다"며 언론에 이를 공개했지만, 안경 상태와 주변 정황 등에 비춰보면 유 전 회장의 안경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죽음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현장에 대한 첫 수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경찰의 초기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할 말이 있을까?

 변사 사건을 지휘한 검찰 역시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이성한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배지를 살펴보고 있다. 2014.07.24.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이성한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배지를 살펴보고 있다. 2014.07.24.  [email protected]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변사 사건 지휘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형사2부의 모 검사가 맡았다. 담당 검사는 현장의 모습과 시신의 상태, 유류품 등을 찍은 사진과 함께 경찰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했다.

 하지만 검사 역시 발견된 시신이 유 전 회장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의례적인 변사 사건 처리에 따라 "부검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고 사체를 유족에게 인도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스쿠알렌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큰 문제"라며 "설사 스쿠알렌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해도 인터넷을 통해 한 번만이라도 검색했다면 의심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한 지난 5월25일 밤 송치재 별장을 두 시간 넘도록 압수수색하면서 유 전 회장을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은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 약 3평 정도의 비밀 공간에서 수사팀의 수색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었다.

 수사팀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을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심을 품고도 다락방이나 벽 안쪽 등 보이지 않는 곳에 그가 숨어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뒤늦게 "통탄할 노릇"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과 공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드러날수밖에 없는 한계"라는 분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작 눈앞에서 놓치고 만 검찰 입장은 얼마나 답답하겠느냐"면서도 "은신처 수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을 만한 곳을 모두 뒤져보는 일인데 검찰 수사팀이 이를 간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장 수색이 사실상 '살아 있는' 유병언을 잡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다"며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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