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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 전문가들 "트럼프의 보호무역, 심각한 역풍 우려"

등록 2016.05.03 11:36:24수정 2016.12.28 1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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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웨인=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5.2.)

【포트웨인=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5.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 대통령선거의 공화당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관(觀)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관세장벽을 높여 미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그의 생각이 미국과 세계시장 모두에 해악을 미치고, 국제 분쟁만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제품에 35%의 무거운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제안은 심각한 역풍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관이 얼마나 위험하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인지를 분석했다. 다음은 NYT 기사의 요지.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몇 가지 대통령의 권한으로도 이행하기 어려운 약속을 했다. 이를테면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약속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해외 무역정책은 이와는 다른 문제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곧바로 실현가능한 범주의 일인 것이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국가들을 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가 제안한 대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을 국회 입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국익을 위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식의 압박이 과연 미국경제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올바른 해법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트럼프의 방식은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중국 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반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장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존 제이 컬리지의 교수이자 루즈벨트연구소의 연구원인 J.W. 메이슨은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관세 부과 등으로 이득을 거두기 어렵다. 해외무역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그러한 생각은 아주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보호주의 무역관은 트럼프의 오랜 신념이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이 외국제품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북동부 5개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를 한 이후 가진 연설에서 그는 “미국의 일자리가 빠져 나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이제까지 값싼 제품들을 해외 시장에 팔면서 경제발전을 구가했다. 지난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에 대한 수출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모두 4819억 달러(약 547조4384억원) 어치의 중국산 제품을 사들였다. 미국 전체 수입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 2013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으로 사라진 미국내 공장의 일자리는 최소한 100만개로 추정됐다.

 인디애나 주 경선을 앞둔 지난 1일 트럼프는 포트웨인 유세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계속 성폭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환율 조작 등으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득을 챙긴다고 공격하면서 "우리는 강도질을 당하는 돼지저금통 같다. 우리에게는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카드는 많다"고 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과정에서 중국산 수입품과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각각 45%와 35%의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캐리어 에어컨과 포드 자동차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반입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타 메이사=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이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4.29.

【코스타 메이사=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이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4.29.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추구해온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권한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다. 숱한 적과 상대하는 전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트럼프는 특정 국가의 수입품 전체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 수출보조금 등 무역규정을 어기는 특정 범주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특정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WTO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이 딱 꼬집어 규정위반이라고 문제를 삼기 어려울 만큼 모호하다는 점이다. WTO의 규정이 무역거래에서 드러나는 모든 불공정을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도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환율 조작을 통해 무역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화폐가치 조정은 WTO 규정 위반은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 제품 전반에 관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급진적인 선택을 할 경우 결국 WTO 규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스탠포드대학의 앨런 O. 사이키즈 교수는 “그런 방식은 아주 명백한 (WTO 규정) 위반이다. 그런 전례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미국의 시장이 온전하게 보전되는 효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의 값싼 제품들이 중국산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미국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5%의 관세를 물렸다. 그러자 중국산 타이어의 수입은 줄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멕시코, 태국 등지로부터 들어오는 타이어의 수입물량이 급등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통해 미국시장과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의 생각은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제조업의 실적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맞대응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보복관세를 물렸을 당시 중국은 미국산 닭 제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응답을 했다.

 미국은 지난해 1162억 달러(약131조7708억원)의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대부분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 반도체 등 고부가 가치 제품들이었다. 중국 시장을 잃는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에 판매함으로써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뉴욕대학의 로버트 하우즈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를 줄이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은 지구상 전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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