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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헌신했더니…은퇴 후 생활고 겪는 메달리스트

등록 2015.07.01 11:14:58수정 2016.12.28 15: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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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탓에 최저생계비지원 대상 제외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1990베이징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46)이 자택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평소 그가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은퇴 후 매달 받는 연금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김병찬은 연금 탓에 일반적인 복지지원 대상에서 소외돼 있었다.

 1일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7시20분께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김병찬이 숨진 채 발견됐다.

 김병찬은 한체대 재학 시절인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남자역도 90kg급에서 합계 367.5㎏의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1991년과 199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3관왕을,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지만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선수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이후 김병찬은 매월 52만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홀어머니와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2013년 어머니가 지병으로 떠난 뒤에는 홀로 힘겹게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월수입 49만9288원 이하인 경우 1인 기준 월 61만7000원 가량의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김병찬은 매달 받는 연금이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보다 2만여만원 많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정부가 몇 년전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연금을 상향하면서 월 35만원을 받았던 김병찬은 오히려 연금 수령액 상향으로 최소한의 생계지원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한국을 대표해 각종 국제무대에서 헌신한 국가대표는 대략 60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체육연금 수혜를 받는 체육인은 1200명 가량에 불과하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이들 가운데 김병찬과 같이 연금 때문에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생활고를 겪는 은퇴한 체육인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지원 대상이 한정돼 있고 지원 규모도 적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데이터 구축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전적으로 산하단체의 추천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국가대표 선수들의 은퇴 후 삶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회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과 국민적 관심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회 관계자는 "이번 김병찬 선수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고 우리 체육인들의 슬픈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대표 선수들의 권익보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이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지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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