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윤명로 화백 "이 시대 찾아야할 사상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

등록 2017.01.16 15:46: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고원에서 MXVI-1110, 린넨 위에 아크릴릭, 227x182cm, 2016

【서울=뉴시스】고원에서 MXVI-1110, 린넨 위에 아크릴릭, 227x182cm, 2016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화업 60년전
'그때와 지금'… 유화·판화 66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가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무척 고통스러움에 빠져들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그림과 더불어 그림에 의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화업 60년, 윤명로 화백(81)은 한국 추상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평생 화두는 '겸재 예찬'이다.

【서울=뉴시스】한국 추상화 거장 윤명로 화백

【서울=뉴시스】한국 추상화 거장 윤명로 화백

 눈뜨면 바라보이는 곳, 평창동 인왕산 자락에서 살고 있는 그는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무위의 경지에 도달한 완숙한 추상회화를 그리고 있다. 조선후기 진경산수를 창안한 겸재 정선으로부터 영감받은 그림이다. 전통한국화가 아닌 추상화의 변용이 독창적인 이유다.

 평생 자연과 교감하며 '겸재 예찬'을 화폭에 펼치는 그에게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겸재예찬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예찬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진경산수로 자신의 정체를 확인했던 겸재처럼, 윤명로 또한 역시 이 땅, 특히 그 가운데 수돗물로 잘 올라오지 않던 1970년대 개발초기의 평창동 집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눈이라도 많이 내려 쌓이면 세상과 절연되는 그곳일지라도 북한산 형제봉의 우람한 바위 덩어리가 그간에 그를 위로한 것이 그 얼마인가를 말해주는 듯하다"고 전했다.

 작품은 기묘한 위용이 넘친다. 거대한 자연의 응축된 에너지를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터치로 담아낸다. 툭툭툭 쳐나간 갈필법과 준법, 또는 피마준과 부벽준같은 한국화 특유의 기법같은 흔적으로 추상화이면서도 한국화같은 여운을 전한다.

【서울=뉴시스】무제, 코튼위에 유채, 91x72.5cm, 1956

【서울=뉴시스】무제, 코튼위에 유채, 91x72.5cm, 1956

 가나문화재단이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윤명로, 그때와 지금'전을 18일부터 개최한다. 윤명로 화백의 60여년 화업 인생을 기념하고 한국 추상회화가 걸어온 길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말이 없는 그림처럼 사색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윤 화백이지만 그의 젊은시절은 찬란했다. "기존 체제에 저항하는 몸짓을 보여 준 미술운동가였다"(김형국 이사장) 1960년 미술가협회 창립 멤버로서, 젊은 작가였던 그는 권위적인 국전 중심의 화단에 도전하며 덕수궁 담벼락에 획기적인 전시를 주도했다. 당시 그 전시는 보수적이던 한국 미술계에 큰 이슈로 기록되어 있다.

 윤명로 화백은 "국전에 풍경화,인물화가 지배하던 시절,이런 모습들을 참지 못 하여 주도한 전시가 '덕수궁 벽전'"이라며 "당시 쌀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 했던 자본주의 현실 속의 한 사람으로서 반항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회고했다.

【서울=뉴시스】회화 M.15, 린넨 위에 혼합 재료, 146x106cm, 1963

【서울=뉴시스】회화 M.15, 린넨 위에 혼합 재료, 146x106cm, 1963

  1960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판화를 지속적으로 작업하면서 1968년 ‘한국판화가협회’를 창립했다. 1969년 미국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프랫 그래픽센터에서 1년간 판화를 공부한 후 귀국한 그는 한국 현대판화의 초기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전시는 1956년 윤명로 화백이 대학시절 그렸던 유화 작품과 함께 10년을 주기로 변모되는 60년대 초기작을 시작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신작을 포함한 판화 작품등 60여점을 소개한다. '겸재예찬','익명의 땅','얼레짓','균열' 연작등 윤화백의 시기별 대표작이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지만, 그때 다 걸지 못했던 작품들도 나와있다.

 전시 타이틀은 '그때와 지금'. 가나문화재단 김형국 이사장은 "원래 '정신의 순간'이라는 큰 제목으로 가려고 했으나, '그때와 지금'이라는 고유명사로 하기로 했다"며  "‘그 때’라고 해서 반드시 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으로 파악하면 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균열 80-320, 린넨 위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162x130cm, 1980

【서울=뉴시스】균열 80-320, 린넨 위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162x130cm, 1980

 "텅 빈 여백을 기초로 해서 하나의 형, 하나의 색을 본다"는 윤 화백은 "현대는 폭력과 외설, 잡다한 재료와 저속한 생산물의 차용, 첨단과학에 의한 온갖 이미지의 난무로 자연을 상실하고 있다"며 "이 시대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사상은 불멸의 자연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라고 했다.

 '추상화란 마음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인왕산 바위처럼 우직하고 묵직하게  작품세계를 구축한 '마음속 풍경'을 꺼내놓은 윤화백은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 때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