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레이 촬영 중 사망, 뇌출혈 관련 의료진 과실 여부도 따져야"...대법 파기 환송
X레이 촬영 중 뒤로 넘어지는 사고당해
19시간 지나 뇌 CT…유족 "의료진 과실"
1·2심 "과실 없다"…대법원서 파기환송돼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엑스레이(X-ray) 검사를 받던 중 넘어진 뒤 뇌출혈로 숨진 남성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 하급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넘어지는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조치하지 않은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등 3명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A씨 등의 가족인 B씨는 지난 2014년 공단이 운영하던 중앙보훈병원에서 숨졌다. 당시 B씨는 기억력 감소 등의 증상으로 병원 신경과를 찾았는데,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권유에 따라 응급의학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B씨는 흉부 엑스레이검사를 받던 도중 식은땀을 흘리며 실신해 응급실로 돌아왔고, 의료진은 뇌 MRI 검사를 하려 했으나 B씨의 거부로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는 약 19시간이 지나서 뇌 CT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외상성 뇌내출혈, 전두엽과 측두엽의 급성 뇌출혈 등이 발견됐다. 이에 의료진은 수술을 실시해 혈액이 고여 있는 부분을 제거했으나, 수술을 마친 B씨는 16일 뒤 외상성 뇌출혈 및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숨졌다.
이에 유가족인 A씨 등은 병원 측이 조기에 뇌출혈 및 뇌부종을 진단해 치료하지 못한 책임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가 엑스레이 검사 도중 두개골 및 안면에 골절상을 입었음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면서 "검사실에서 돌아온 직후 두통, 구토 등 두부 외상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응급 CT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환자는 글라스고 의식 점수가 낮은 경우, 함몰 골절이 있는 경우, 양쪽 동공 크기가 차이 나는 경우"라며 "B씨는 엑스레이 검사 이후 이러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며 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가 엑스레이 검사 중 넘어져 뇌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방사선사는 엑스레이 기계가 작동하는 순간 B씨가 뒤로 넘어갔다고 진술했으며, 뇌 CT 검사 결과 B씨의 왼쪽 머리에 부종이 생겼으므로 물리적 충격이 있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게다가 넘어지는 사고 이후 약 4시간이 지났을 무렵 B씨의 양쪽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는데, 이는 뇌출혈에 따른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으로선 B씨에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해 사고 부위를 자세히 살피고 지속 관찰하며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의료진이 머리 부위의 상처를 살펴봤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사고 사실은 담당 의사에게도 전달되지 않아, 경련이 나타났을 때 의사는 알코올 중단에 따른 경련으로만 파악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B씨에게 머리 외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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