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노인 극단선택…대법 "의료진 업무과실치사죄 안돼"
70대 환자, 요양병원 입원중 투신해
병원장 등 의료진, 과실치사죄 기소
1·2심 무죄…"예상치 못했던 사고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입원 중이던 70대 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지만 요양병원 종사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9년 8월 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추락사고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가 병원장으로 있던 요양병원에는 숨진 B(당시 70세)씨를 비롯한 치매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다. 평소 불안 증세를 보이던 B씨는 혼자 치료실로 이동한 뒤 5층 높이에서 추락했는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병원장 A씨가 병원 창문에 추락방지 및 잠금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혐의를, 다른 3명의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는 B씨를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A씨 등 병원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요양병원 종사자 역시 일반 의사와 마찬가지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데, 의사는 당시 의료수준에 비춰 최선을 다했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게다가 의료 과실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때는 민사책임보다 더 엄격하게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법원은 A씨 등이 B씨의 사고를 막기 위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건 맞지만 과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는지 불분명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고가 벌어진 창문은 약 1m 높이에 있었고 전부 열어도 폭이 32㎝에 불과해, 거동이 쉽지 않고 165㎝에 77㎏의 체격인 B씨가 투신하리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와 같은 병원장이 지켜야 할 의료법에도 화재예방에 관한 규정만 있으므로 추락방지를 위한 잠금 장치 등을 설치해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1심은 "A씨 등이 취한 조치가 현재의 의료수준에 비춰 부족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창문의 구조나 크기 등에 비춰보면 환자들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 등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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