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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창구 귀…인공와우 수술도 골든타임 있다"

등록 2022.08.02 15: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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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보청기 사용해도 청력개선 어려우면

인공와우 이식 5년내 해야 효과 좋아

꾸준한 청각재활 통한 적응기간 필요

수술 후 시끄럽다는 반응에 보람 느껴

[서울=뉴시스]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8.02

[서울=뉴시스]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8.02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귀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다. '소리'의 단절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력 개선이 불가능한 고도 난청인 경우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의미를 겨우 파악하는 정도여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1000명당 1명꼴은 고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다. 후천적 원인으로는 중이염, 외상, 면역 이상, 골 질환, 종양, 소음 노출 등이 있지만,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누구나 난청을 겪을 수 있는 셈이다. 보청기로 청력을 개선할 수 없다면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공포 영화를 볼 때 음향을 다 꺼 버리면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은 음향 효과가 그만큼 시각 효과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난청이 생기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면 청력의 악화, 뇌세포의 퇴화를 방지해 치매나 우울증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면서 "난청을 방치하면 보청기를 적극적으로 착용한 환자군에 비해 경도 난청은 2배, 중등도 난청은 3배, 고도 난청은 5배 치매 발생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 대상과 조건이 궁금합니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양측 고도 이상의 난청 환자에게 외부 음원을 전기적 에너지로 바꿔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청력을 제공하는 수술인데요. 1세 미만인 경우는 양측 심도(90 dB) 이상의 난청환자로서 최소한 3개월 이상 보청기 착용에도 청능 발달의 진전이 없는 경우, 1세이상 19세 미만인 경우는 양측 고도(70 dB) 이상의 난청환자로서 최소한 3개월 이상 보청기 착용 및 집중교육에도 청능 발달의 진전이 없는 경우, 19세 이상인 경우는 양측 고도(70 dB) 이상의 난청환자로서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단음절어에 대한 어음변별력이 50% 이하 또는 문장언어평가가 50% 이하인 경우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이 꼭 필요하지만 보험급여 기준 등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나요?

"한쪽 귀가 전농으로 청신경이 완전히 소실돼 전혀 들을 수 없는 환자들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보험급여는 양측이 난청일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공 와우 기계값 약 2200만 원에 수술비용까지 합치면 3000만 원 가량의 경비가 들어가는데요. 한쪽 귀가 전농이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또 69.99dB로 보청기를 착용해도 효과가 없다고 해도 인공 와우 수술 조건(양측 70dB 이상)에 미치지 못해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나요?

“선천성 난청의 유병율은 양측성 고도난청(70dB 이상)은 1000명당 1~2명, 30dB 이상의 난청을 가진 신생아는 1000명당 3~5명 정도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돌발성 난청은 세계적으로 1만 5천례 정도이고, 연간 유병율은 10만 명당 10명 이상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일측성으로 발생을 하고, 3명당 1명은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후천적으로 돌발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 교통사고, 낙상, 그리고 다양한 귀 질환으로 한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분들이 일상에서 불편을 많이 겪습니다. 한쪽 귀가 먹통이 되면 소리에 대한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인파가 많은 곳에 가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말이 명확히 분별이 잘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는 귀에 이명이 생길 가능성도 70% 가량 됩니다."

-보청기 사용과 인공 와우 이식 수술에 따른 청력개선 만족도(100점 만점)를 비교해 주신다면요.

"보청기는 중등도 난청이상의 환자가 착용하는데, 대개 보청기를 끼면 장애인이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그래서 보청기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꽤 있고, 보청기 없이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어서 절반 정도가 만족합니다. 중등고도 이상 난청 환자들은 본인이 듣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보청기를 끼면 70~80% 이상 만족하고요. 하지만 보청기를 사용해도 말귀를 전혀 못 알아듣던 분들은 인공 와우 이식 수술 후 90% 이상 만족합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던 난청환자가 수술 후 의사소통이 되니까 특히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죠."

[서울=뉴시스]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8.02

[서울=뉴시스]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8.02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해도 적응기간이 필요해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요.

"인공와우 수술 환자들은 보청기를 착용하는 환자들(평균 6주 가량 소요)보다 더욱 긴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소리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는 '맵핑'이라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요. 환자별로 수술 후 귀 바깥에 착용하는 외부 장치인 어음처리기에 최대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 자극을 적절하게 조절해 줘야 합니다. 또 기계를 통해 듣는 소리는 이전에 듣던 소리와 다른 형태로 들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청각재활 훈련을 통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청력 검사를 시행해 적응증(사용범위) 대상 여부를 확인해서 가능한 빨리 수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랜시간 전농인 상태로 지내면 청각세포와 다른 연관 뇌세포가 다 망가져 소리에 반응하지 않게 돼 수술해도 알아듣지 못하거든요. 최소한 전농이 된 후 5년 이내 수술해야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난청이 생기면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자가진단이나 치료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선천적 귀 기형으로 해부학적 구조가 변형됐거나 정상 구조물이 없다면 수술 후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외에 수술 합병증으로 뇌수막염, 뇌척수액 유출, 수술 부위 괴사, 이명, 현기증 등이 생길 수 있죠. 수술이 성공해도 합병증 발생 여부를 계속 확인하면서 언어 청각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고도난청 환자의 경우 수술까지 가지 않고 보청기 사용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청력검사 결과 70dB 이상 고도난청이지만, 보청기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각세포가 얼마나 살아있느냐가 기준이 되는데요. 환자마다 난청의 정도와 감수성이 달라 딱 잘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고도난청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부터 보청기로 청각을 잘 관리하면 고도난청이 된 후 의학적 개입이 이뤄질 때보다 예후가 상당히 좋습니다."

-의사를 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요?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어려서 심한 병으로 목숨을 잃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다행히 치료약을 찾아 목숨을 건졌는데요. 그 이후에도 많은 질환으로 병원을 다니게 되면서 의사를 꿈꾸게 됐습니다. 또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이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의대 교수가 됐죠. 제가 보호자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하고는 하는데요. 수술 전에는 전혀 듣지 못하던 환자가 '말 소리가 시끄럽다'고 할 때 기분이 좋죠. 고도난청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으신 환자분들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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