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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가처분 인용 배경은…절차보다 '민주적 정당성' 주목

등록 2022.08.26 17:44:33수정 2022.08.26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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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호영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비대위 전환까지 '절차상 하자' 주장은 기각

실체상 하자는 있다 판단…"당 비상상황 아냐"

"일부 최고위원이 비상상황 만들었다고 봐야"

정당 행사도 민주적 여부 사법 심사 대상 판단

[서울=뉴시스]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DB) 2022.08.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DB) 2022.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당의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당내 의사결정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최고위원회와 ARS 투표 등 의결 과정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면서도, 당시를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한 것이 당헌과 정당법에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26일 이 전 대표가 주 위원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주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개최한 최고위원회·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은 채무자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다만 비대위 체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실상 이 전 대표가 법정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전환과 관련한 가처분을 구하며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일부 의원 사퇴로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최고위가 한 의결은 무효이므로, 최고위 의결에 따라 순차적으로 열린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국위 의결을 직접 참석이 아닌 ARS 전화투표 방식으로 한 것이 정당법을 어긴 것이며, 당헌상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비대위를 설치한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8.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8.17.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는 이 전 대표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상임전국위 임시회의는 최고위 의결이 있을때 뿐만 아니라 재적위원 4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개최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일부 최고위원이 사의를 밝히고도 표결에 참여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이를 인정하더라도 지난 3일 재적위원 54명 중 20명이 소집요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개최 조건을 충족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상임전국위 의결에 중대한 하자가 없으므로 그에 따라 열린 전국위위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전국위 의결에 사용된 ARS 전화투표에 대해서도 통화자가 직접 안건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코로나 확산 등으로 인해 집회를 비대면으로 할 필요성이 있고 2020년 9월께부터 당기구 투표에도 전화투표를 사용해왔다"며 해당 방식의 활용을 인정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6. [email protected]

하지만 절차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음에도 '실체상'으로는 하자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 요건인 '비상상황'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당시 국민의힘에는 당헌 96조가 규정한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기 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주 위원장 측은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권한 행사가 민주적이었는지 여부는 사법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내부 의사결정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재판부는 "비대위 설치에 관해 당 대표와 최고위 사이 및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례하여 구성된 당 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할 수 있어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결의 부분은 당헌 제96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당헌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정당법에도 위반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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