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스토킹 재판서 손들더니 "국민시선 집중돼...선고 미뤄달라" 뻔뻔
전주환 "드릴 말씀 있다. 선고 미뤄달라" 요청
"국민 시선과 언론 보도 집중…누그러지길"
법조계, 선고 기일 지연은 형량 낮추려는 의도
재판부, 요청 거부하고 검찰이 요구한 9년 선고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09.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스토킹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살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주환(31)은 29일 자신의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10시28분께 서울서부지법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전주환은 카키색 수의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피고인석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재판부가 선고를 위해 재판을 진행하려는데 전주환이 돌연 손을 들고 발언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바라보자 전주환은 "드릴 말씀이 있다. 한 말씀만 올려도 되겠냐"고 물었다. 재판부가 허락하자 전주환이 이내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말은 아니었다.
전주환은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선고 기일을 최대한 뒤로 미뤄주실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유를 묻자 황당한 발언을 내놨다.
전주환은 "아시다시피 중앙지검에 (살인) 사건이 걸려있다"며 "사건을 병합하기 위함도 있고 지금 국민들의 시선과 언론의 보도가 집중돼 있어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누그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를 진행했다.
전주환이 국민 감정까지 언급하며 선고 연기를 요청한 것을 두고 형량을 낮추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시우의 채다은 변호사는 "아무래도 사건이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면 판사도 부담을 덜 갖게 된다"며 "지금 여론이 들끓고 있으니 잠잠해지면 형량이 좀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과한 처벌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선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게 형량을 더하는 것이 아니고 가중한다. 사건이 병합되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며 "그 계산까지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여론 재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냉각기를 거치면 형량이 낮아질 것이라고 계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주환이 범행을 반성하기보다는 철저히 계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주환은 스토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반성문을 거듭 제출했지만,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해 중형이 예상되자 피해자를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했다. 보복 살인을 저지른 이후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스토킹 혐의 재판에서 선고 연기를 요청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민고은 변호사는 "전주환은 여전히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전주환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과 성범죄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각각 명령했다.
당초 법원은 지난 15일 전주환의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전주환이 하루 전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해 선고가 2주 연기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징역 9년을 그대로 선고했다. 통상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셈이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과 상반되게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사망했고 스토킹 범죄를 방지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 높은 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전주환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자 측에 사과문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복 살인까지 저지른 전주환에게 뉘우침은 없었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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