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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 한국' 사회적 손실 우려…"나를 돌볼 시간 가져라"

등록 2022.11.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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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무기력 원인 사회·경제적 손실 우려

이태원 참사 피해 젊은층 多·SNS 이용 많아

무기력증 등으로 생산성 떨어질 가능성도

사회 분위기 침체로 인한 소비위축도 우려

기존 트라우마 경험자 무력감 크고 오래가

가족이나 친구와 느낌 등 충분히 소통해야

규칙적 식사·수면·운동 통해 일상리듬 유지

책·영화보기 등 소소한 계획 세워 실천 추천

일상생활 영향 있다면 꼭 전문가 도움 필요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지나는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2.11.1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지나는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2.11.1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지난달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애도반응의 일종인 사회적 무기력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무기력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스스로를 돌볼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57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불러온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재난의 유형과 규모는 다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피해자의 상당수가 젊은층인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 많다는 특성상 간접적으로 받는 영향도 커 사회·경제적 손실이 클 전망이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태원 참사로)간접 외상을 경험하는 국민 가운데 많은 수가 젊은층에 있다"면서 "비슷한 연령대의 희생자가 많은 데다 SNS로 관련 영상과 사진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과거 세월호 등 재난에 노출된 경험도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김기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간사(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조교수)는 "이태원 참사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청장년층의 무기력증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사회 분위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적 손실 규모를 추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직간접 사회적 손실이 2조 원이 넘는다는 한국교통연구원(KOTI) 등의 발표도 있었던 만큼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조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로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기력증의 증상과 해소법 등을 미리 숙지해 조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로 피해자 뿐 아니라 현장목격자, 경찰, 응급구조사, 의료진 등 지원인력 등도 무기력증을 느끼기 쉽다"면서 "특히 기존에 우울감이나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면 사건과 관련된 무력감이 크고 오래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무기력증은 트라우마(심리적 외상)에 노출된 이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짜증, 불안, 우울, 예민함, 공포, 분노, 무감각, 죄책감, 의욕 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집중력이나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식욕 저하, 수면 장애, 쉽게 지치는 것,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소화장애, 다양한 곳의 통증, 어지러움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대인관계 기피, 쉽게 흥분하는 현상, 음주나 흡연이 늘어날 수도 있다.

유 교수는 "(이태원 참사 이후)무기력증, 우울, 상실감, 허탈함 등을 느끼는 것은 트라우마를 경험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 중 하나"라면서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무기력증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무기력증을 해소하려면 우선 무기력증은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반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가족이나 지인 등과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 조교수는 "애도반응의 일환으로 무기력증이 나타나는 경우 가족, 주변의 친구들과 관련된 생각과 느낌 등을 충분히 대화해 스스로를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면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분노를 표현할 수 있어 무기력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규칙적인 식사, 수면, 운동 등을 통해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상생활에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다.

유 교수는 "조금 더 빠르게 이런 감정(무기력증)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일상의 소소한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가벼운 운동, 끼니 거르지 않기, 보고 싶던 책이나 영화보기,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 전하기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긴장이 지속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무기력증은 심호흡, 복식호흡(숨을 들이마실 때 배를 부풀리고, 후 하고 숨을 뱉을 때 배를 쏙 집어넣는 방법), 나비포옹(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하고 양 팔뚝에 양 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 하듯 좌우를 번갈아 가볍게 10~15번 정도 두드리는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무기력증이 지속돼 식사, 수면, 업무,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김 조교수는 "강제적·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회피, 예민한 상태 지속,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 같은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신체적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경우, 자살이나 자해·타해의 가능성이 생긴 경우, 환각이나 망상이 동반되는 경우, 과도한 감정 반응으로 쉽게 흥분하거나 울게 되는 경우, 알코올 중독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라면 꼭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심리적 고통이 크게 느껴질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사고 발생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 혹은 죄책감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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