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로 이직한 SK하닉 中 직원…3000장 인쇄 이유는?
퇴사 전 메모리 전공정 기술 관련 자료 3000여장 출력
SK하닉 "출력 사실 인지 즉시 신고…수사 협조 방침"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직원이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넘긴 정황이 포착됐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발 기술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달 말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던 30대 중국 여성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이달 초 기소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A씨는 반도체 설계상의 불량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아오다가 2020년 중국 현지 법인의 기업 간 거래 고객 상담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2년 6월께 국내로 복귀한 A씨는 같은 달 높은 연봉을 받고 화웨이로 이직했다.
문제는 A씨가 퇴사 직전 메모리 전(前)공정 기술 관련 자료를 A4용지로 3000여장 정도 출력한 것. SK하이닉스는 보안상 USB 등 저장매체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출력물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는 반도체 제조시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SK하이닉스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여 지난달 국내에 들어온 A씨를 검거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출력 사실을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했다"며 "피의자 조사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된 반도체 관련 기술은 해외 유출이 발생할 경우 최소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 피해를 입힌다.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상시 감사, 전직 임직원 관리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발 기술 유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에서도 전직 부장이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반도체 기술과 관련 엔지니어들을 중국으로 빼돌린 사건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기술팀 부장 출신인 김모씨는 중국에 반도체 장비업체 법인을 설립하고, 재직 당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증착장비 설계기술자료를 몰래 별도 서버에 전송했다. 또 급여와 법인 주식 배분을 보장하겠다며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직원들 3명을 자신의 회사로 이직시켰다.
김씨 외에 직장을 그만둔 직원들도 이직 전 취급 중인 핵심 기술자료를 외부로 빼돌렸는데, 이 자료들은 이후 D램 제조 핵심 장비인 ALD(원자층 증착) 장비 제작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10월 특별단속 결과 송치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21건으로, 전년 단속 대비 75%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피해 기술 별로는 디스플레이(8건), 반도체·기계(3건) 등의 순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