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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IMF와 구제금융 협상 시작…신흥국 위기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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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5-10 17:20:53
32조원 규모 구제금융 신청한 듯…향후 6주간 협상
2000년대 초 모라토리엄 악몽 재연 우려도
터키 등 다른 신흥국도 불안…2013년 '긴축 발작' 때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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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AP/뉴시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해 12월 연금개혁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올 1월 29일(현지시간) 정부 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올해에는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페소화 폭락으로 외환위기 공포에 빠진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 알레한드로 베르너 IMF 서반구 국장과 만나 자금 지원 협상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가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300억 달러(32조 2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IMF와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SBA)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협상을 약 6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SBA는 경제 여건이 건실한 국가에 지원하는 탄력대출제도(Flexible Credit Line·FCL)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다. 보통 재정·공공부문 구조개혁 등 각종 이행 의무가 따라온다.

 두호브네 장관은 10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데이비드 맬퍼스 미국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과 잇따라 만나 이번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협의 과정에서 아르헨티나는 자국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전환 가속화에 대한 우려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 현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 문제를 안고 있어 신흥국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아르헨티나는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0% 가량 하락했고 물가 상승률은 20% 대로 치솟았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0억 달러(48조3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올해 들어서만 중앙은행이 페소 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환의 10% 가량을 소진해 추가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한주동안 정책 금리를 3번에 걸쳐 12.75%포인트나 올린데 이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은 이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은 아르헨티나에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다.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초 경제 위기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는데, 많은 국민들은 IMF가 채무 조정 과정에서 요구한 정책들이 극심한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믿고 있다. 당시 국민 5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페소화 가치는 70% 가량 떨어졌다.

 두호브네 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우려를 진정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20년 전과 매우 다르다"며 "IMF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고, 그동안 우리의 정책에 계속 도움을 줘 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이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 만으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은 지난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 때와 유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외환 시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5개 취약 신흥국(fragile 5)은 대부분 올해 들어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재정 적자가 심각한 터키의 경우 리라화 가치가 11% 이상 떨어졌다. 또 브라질 헤알화는 연초 대비 6.5%, 인도 루피화는 4.7%,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7% 가량 떨어졌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신흥국의 금융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진화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지난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요인이 국내 금융 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미국 통화 정책의 영향은 과장된 경우가 많았다"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와 물가 상승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보다 신흥 시장의 자금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신흥국들이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연준이 외국 경제에 파급될 수 있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분명하고 투명하게 통화 정책 전략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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