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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원인" 학생인권조례 서울도 폐지…국회서 2차전 예고

등록 2024.04.26 16:59:29수정 2024.04.26 18: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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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오늘 폐지…시교육청, 재의 요구 유력시

與 3분의 2 점하고 있어 결국 대법 제소 이어질 전망

교권침해 화두 부상하며 정부·여당 폐지 공세 이어와

"교권과 학생인권 양립 가능"하다지만 폐지는 엇갈려

야권, 다음 국회서 '학생인권조례 법제화' 추진할 듯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폐지조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4.04.2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폐지조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4.04.2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특별시도 학생인권조례가 결국 폐지됐다. 과도한 학생인권의 강조가 교권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광역의회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가져가며 시간 문제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진보 성향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불복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우위인 22대 국회에서도 학생인권조례 법제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교육계의 해묵은 좌우 갈등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갖고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심의한 결과, 재석 60명에 찬성 60명으로 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적인 검토를 통해서 재의 정당성이 충분히 확인되면 당연히 재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지방선거 결과 시의회 주도권을 보수 여당이 가져가면서 폐지는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많았다. 시의회는 재적 111석 중 75석이 국민의힘 의원으로 시교육청의 재의 권한을 무력화되는 3분의 2를 넘었다.

충남도의회에서도 도교육청이 재의 요구를 했으나 지난 24일 표결 결과 조례의 폐지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대법원 제소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추후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와 무효확인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록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효력이 정지되더라도 이미 광역의회에서 생명줄이 끊어진 상황이라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했던 제도는 힘을 잃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성별과 종교, 성적 등을 이유로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것 외에 이를 위한 권리구제 제도도 두고 있다.

시교육청은 조례에 근거해 학생인권옹호관을 두고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당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권리구제를 신고하면 이를 조사하고 개선 권고를 해 왔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앞서 24일 충남에 이어 두 번째로 폐지됐다. 현재 학생인권조례 및 이와 유사한 성격의 조례가 남은 지역은 2010년 가장 먼저 제정된 경기를 비롯해 광주, 전북, 충남, 인천, 제주까지 5곳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는 올해가 12년째다. 그만큼 교육 현장에 안착됐음에도 국민의힘 주도 시의회가 폐지를 강행한 배경엔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 있었다.

서이초 사건은 땅에 떨어진 교권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교사노조와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등을 중심으로 고인이 생전에 문제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에 고충을 겪은 사실이 알려졌다. 고인의 49재 때는 교사 2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에 정부와 보수 여당, 보수 교육계는 교권침해의 원인에 그간 과도한 학생 인권의 강조가 있었다고 공세 수위를 높여 왔다. 물론 서이초 사건 이전에도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못하고 수업 중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사례가 지적돼 왔던 것은 사실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가결에 관한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2024.04.2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가결에 관한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2024.04.26. [email protected]

지난 1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교육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4000명 대상, 지난해 7월31일~8월17일 진행)에서도 교권침해가 심각한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의 응답률이 39.6%로 가장 높았다.

이에 진보 교육감들도 '보완'에 무게를 두고 학생인권조례 엄호에 나섰다. 지난해 9월22일 시교육청에서도 학생의 권리 뿐만 아니라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조례와 서이초 사건 이후 입법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충돌한다며 대체 조례를 마련했다.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이다. 시의회가 이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통과시킨 대체 조례도 이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등 교육부가 생활지도 고시와 충돌한다고 지적한 표현이 모두 빠졌다.

교육계에서는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호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필요한지를 두곤 입장이 엇갈린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존중 받아야 할 소중한 가치"라면서도 "교권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서울지부를 비롯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 종교단체들의 성문란, 동성애 혐오 타령과 이기적인 권리와 보편적 인권을 혼동해 학생 인권이 버릇없는 학생을 만든다는 궤변만이 국민의힘 시의원들에 의해 대변되고 만 결과"라고 강한 어조로 날을 세웠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에 교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개정돼야 한다"면서도 "폐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조 교육감은 그간 대체 조례안 강행과 폐지 대신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심의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조례가 폐지되면서 진보 진영은 정치적 힘 겨루기로 숙의 없이 강행에 나섰다는 공세를 펼 전망이다.

국회에는 현재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학생인권법)'을 발의한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의 격을 법률로 상향해서 광역의회의 폐지를 막고 조례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려는 대응이다.

조 교육감도 이날 "정당 대표나 원내대표들을 만나려고 생각한다"며 학생인권법 통과 촉구 행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모양새다. 당장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야권에선 벌써부터 이를 이어받아 학생인권조례의 법제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특수교육계 출신인 조국혁신당 강경숙 국회의원 당선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포함한 학부모, 교직원 인권을 향상시킬 학교인권법 발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49재인 지난해 9월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고인이 근무한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04.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49재인 지난해 9월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고인이 근무한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04.2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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