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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대신 코인 캐나"…신일그룹, 풀리지 않는 의혹 '3가지'

등록 2018.07.26 13:30:35수정 2018.07.26 21: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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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보물선 인양비용 충당, '신일골드코인' 무관?

150조서 10조, 말 바꾼 '신일'…매장물 추정가 '논란'

실체 불분명 신일…금융·사법당국 칼날 못 피할 듯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는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이사는 26일 "금화 또는 금괴가 있는지와 양은 현재로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8.07.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는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이사는 26일 "금화 또는 금괴가 있는지와 양은 현재로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8.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150조원 보물선'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 인양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신일그룹의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증폭되고 있다. 

 신일그룹 실체와 돈스코이호 소유권 문제, 인양 계획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신일그룹 측의 회피성 발언들로 의혹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후폭풍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돈스코이호 보물 존재 여부로 촉발된 논란이 주식시장 혼란과  가상화폐 투자사기 의혹으로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양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다는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은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이름만 같을 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신일그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일그룹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류상미씨는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과 인척관계다.

 보물 규모와 존재 여부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그간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150조원 보물선'이라고 홍보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이제와서 검증 없이 인용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과 보물 존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늘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실체가 불분명한 신일그룹이 금융·사법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설립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 된 신일그룹이 발행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의 흥행을 위해 보물선 인양을 빌미로 일종의 투자사기를 벌인 게 아닌지, 금융·사법당국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인양비용 암호화폐로 충당?"…'신일그룹' 실체는?

 신일그룹 실체가 모호하다. 석연치 않은 점도 한 둘이 아니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류상미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류씨와 김필현·손상대·김해래씨가 주주로 등록돼 있다.

 신일그룹 홈페이지에는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싱가포르 신일그룹에 인수돼 신일그룹으로 사명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일그룹과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등을 제외하고, 계열사라고 소개한 신일건설산업·신일바이오로직스·신일국제거래소·신일골드코인 등은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

 앞서 신일그룹은 지난 17일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자 주식시장이 들썩였다. 신일그룹이 제일제강의 최대 주주로 알려지면서 이달 초 1800원에 머물던 주가가 54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제일제강이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의 개입한 것 아니냐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 제일제강의 최대주주라는 소문 역시 사실과 다르다. 제일제강 인수는 류상미 신일그룹 전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이 계약금 18억5000만원만 납부했다. 제일제강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85억원이다.

 문제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자금을 마련한다며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 신일그룹은 돈스코이 국제거래소는 자신들과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돈스코이호에 실린 보물을 담보로 가상화폐를 판매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신일그룹은 26일 회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바꾸고,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최용석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싱가포르 소재 신일그룹과 신일광채그룹, 신일골드코인 등과는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떠한 주주권과 관련도 없고, 순순히 돈스코이호의 탐사와 발견 시 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일그룹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고, 보물선 발굴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암호화폐 투자사기'를 벌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의혹이 커지자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부정 거래와 부당 이득 여부를 조사한 뒤 혐의가 입증되면 검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8.07.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8.07.26.  [email protected]


 ◇150조→10조로 말 바꾼 '신일'…매장물 추정가도 '논란'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 신일그룹의 인양 능력과 매장물 추정가도 의문투성이다.

 신일그룹은 지난 17일 "돈스코이호는 울릉도 저동 해상 1.3km, 수심 434m 지점에서 함미에 'DONSKOII'라는 함명을 선명히 드러내며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는 150조원 상당의 금괴와 금화가 담긴 5500상자(무게 약 200톤)가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시세로 약 10조원 가량된다며 돌연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최용석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 됐는지 당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공기관에서도 보물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기사화 된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 등에 따라 당사가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탐사 시작부터 현재까지 바로 잡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 비용으로 3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인양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의중에 있는 발굴 보증금은 몇억선이며 인양비용은 돈스코이호의 현재 보존상태를 고려할 때 약 300억 미만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발굴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심 40m에 침몰했던 6800톤의 세월호 인양보다 훨씬 수월해 6개월 내 인양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돈스코이호가 부식이 심해 세월호처럼 줄을 묶어 올리는 방식 아닌 선체 전체를 감싸서 끌어올리는 방법을 채택했다.

 돈스코이호 인양에 앞서 정부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

 앞서 정부는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거부하고, 보완을 요구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신일그룹이 제출한 신청서에 매장물 위치 도면과 작업계획서, 이행보증보험증권 등이 빠져 있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매장물 위치 도면 ▲작업계획서 ▲인양 소요 경비에 대한 이행보증보험증권 또는 재정보증서 ▲발굴보증금(매장물 추정액의 10%) 등을 제출해야 된다. 하지만 신일그룹은 관련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군(軍)함' 돈스코이호, 러시아가 소유권 인정하면

 신일그룹 주장대로 10조원 상당의 금괴·금화가 발견되더라고 신일그룹이 온전히 소유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권 다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만큼 유일한 권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사가 최초로 발견한 돈스코이호에 대해 추후 러시아 정부 발견서 등 서류를 공식적 채널을 통해 보낼 예정"이라며 "국내법무법인을 통해 돈스코이호 최초발견자 지위확인과 우선발굴자 지위확인 소송을 준비중에 있고, 매장물발굴허가권의 취득을 위해 관계기간과 긴밀하게 협의해 지속적으로 진행상황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정부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는 점을 들어 국내법상 인양 후 발견된 금화의 80% 소유할 수 있다는 게 신일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다량의 금화가 발견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소유권이 결정된다. 하지만 협의가 무산될 경우 국재재판소로 넘어간다. 돈스코이호가 '군(軍)함'이라는 점이 소유권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러시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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