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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편안하게…'도로다이어트' 걷기 좋은 서울로

등록 2018.10.30 09: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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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걷는도시 서울' 보행친화정책 추진

도로다이어트, 차도 줄이고 보도 확장하고

서울 도로 다이어트 거쳐 걷기 좋게 탈바꿈

도로 안전성에 거주민 삶의 질 향상 등 효과

【서울=뉴시스】 도로다이어트가 시행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모습. 2018.10.29.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 도로다이어트가 시행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모습. 2018.10.29.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걷기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번갈아서 휘저으면서 이동하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이동수단을 활용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는 행위다. 가장 원초적이자 근본적인 이동 수단이다.

 걷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운동 효과가 가장 크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해 걷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걷는 행위는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와 맞닿아 있다. 선진국에서 보행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도 보행인프라 확충, 삶의 질을 높이는 보행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행친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걷는 도시, 서울'이라는 종합계획을 세워 보다 다양한 보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도로다이어트(Road Diet)' 정책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로다이어트는 사람이 다이어트를 통해 불필요한 군살을 빼듯이 도로의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도로의 전체 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차도 폭이나 차로 수를 줄이고 보도를 확장하거나 자전거 도로, 대중교통시설 등을 설치하는 도로 사업이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에서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재편하는 것이다.

 도로다이어트는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의 미드타운 구간을 들 수 있다. 이곳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가로환경 개선사업이 진행됐다. 콜럼버스 서클에서부터 유니온 스퀘어까지 약 3.8㎞의 구간에서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도로 다이어트 사업이 시행됐다.

 콜럼버스 서클에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57번가까지는 기존 4차로에서 2차로로 도로 다이어트를 하고 보행공간을 조성했다. 보도를 확장하고 보행자광장 겸 완충지대와 자전거도로가 들어섰다. 보행자 광장에는 이동식 화분이 설치됐다.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도로가 차도와 분리돼 자전거 이용자는 안전한 주행경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보행자들은 쾌적하고 넓은 보도와 사람들과 대화하며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얻었다.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가 만나는 타임스퀘어 일대도 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여서 항상 인파로 몰린다. 교통 체증과 혼잡이 심하고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부족했다. 도로다이어트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가 교차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브로드웨이 일부 구간에서 차량이 통제되고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5개의 블록에 걸친 브로드웨이 공간이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재편되면서 많은 시민들과 관강객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광장이 조성되면서 야외 행사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서울=뉴시스】 도로다이어트가 시행된 서울 구로구 구일로10길 모습. 2018.10.29.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 도로다이어트가 시행된 서울 구로구 구일로10길 모습. 2018.10.29. (사진=서울시 제공)

차량의 흐름도 도로 공간 재편을 통해 효율적으로 정비됐다. 특히 남북 방향의 교통 체계가 개선되면서 미드타운 전역에서 남북방향 이동성 향상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유니온 스퀘어(21번가–14번가)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실시된 유니온 스퀘어와 매디슨 스퀘어 사이의 도로정비를 끝으로 미드타운의 정비 사업이 마무리됐다. 기존 4차로의 도로를 1차로 일방통행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공간이 보행자를 위해 조성됐다.

 도로 폭이 줄어들고 보행자 광장이 조성되면서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하는 거리가 줄어들고 횡단 경로도 단순하게 됐다. 유니온 스퀘어에 대한 보행 접근성이 향상됐고 주변 지역과의 연결성도 개선됐다. 차량 흐름도 일방통행으로 전환되면서 차량 간 상충 지점이 줄어들었다. 교통흐름이 단순화되면서 효율적으로 도로운영이 이뤄지게 됐다.

 서울 도심 도로도 '다이어트'를 거쳐 걷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강동구는 아리수로82길 고덕초등학교 앞 200m 구간에서 차로를 9.0m에서 4.0m로 줄였다. 일방통행으로 차로운영도 변경했고 보도를 신설했다. 등하교 시간대에 시간제 진입금지(오전 8~9시, 오후 1~3시, 오후 6~7시)를 시행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용산구는 녹사평대로26길 8~51 220m 구간에서 보도를 1.5m에서 3.2~4.0m로 확장하고 차로는 10.8~11.3m에서 7.0m로 축소했다. 주민안전을 위해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30㎞로 하향했다. 이 구간은 앤틱가구거리로 조성해 이태원 관광수요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노원구는 공릉동 노원로1가길 태릉초교 주변 130m구간에 보도 폭을 2.5~3.7m를 확장해 통학생의 안전을 도모했다. 녹지와 휴게시설 조성으로 보행자들의 편의를 제공했다.

 광진구는 동일로26길~광나루로 210m 구간에서 보도를 1.5m에서 2.5m로 늘리고 협소한 버스정류장 대기 공간을 확장해 버스대기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했다.

 구로구의 경우 넓어진 보도에서 성탄트리 점등식, 지역주민 바자회,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이 문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도로다이어트 사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서울=뉴시스】 도로다이어트 시행 후 서울 노원구 노원로1가길 모습. 2018.10.29.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 도로다이어트 시행 후 서울 노원구 노원로1가길 모습. 2018.10.29. (사진=서울시 제공)

도로다이어트의 효과도 적지 않다. 도로다이어트의 가장 큰 정점은 도로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줄어든 차도 폭이나 차로 수로는 사람과 차량 간, 차량과 차량 간 충돌 위험을 낮춰준다.

 보행, 자전거 등 비동력 교통수단의 이용환경을 크게 개선시킨다. 신설된 보도나 자전거 도로는 이용자와 자동차를 분리시켜 안전성을 높여주고 이용편의를 높여준다. 새로 마련된 공간을 매력적이고 쾌적한 장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보행은 가장 기본적인 이동수단이며 타 교통수단간 연계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보행은 대중교통 활성화에 중요한 연계수단 역할을 한다. 보행 활성화는 대중교통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도로다이어트 사업은 단순히 차도를 줄이고 보도 확장이나 자전거 도로 신설을 하는 것 외에도 대중교통 시설을 설치하거나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와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지구가 있다.

 불법주차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불필요하게 넓은 차도에서는 가로변 불법주차가 빈번하게 발생되곤 한다. 불법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고 불법주차를 하더라도 넓은 도로 탓에 차량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도로에서는 차도 폭과 차로 수를 줄이게 되면 불법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 불법주차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거주민의 삶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 보행환경개선사항으로는 단순히 보도 폭을 넓히는 것만이 아니라 차도와 구분을 지어주는 완충녹지, 보행자를 위한 휴게 공간 조성이 포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다이어트 사업 초기에는 주차 부족 문제와 차량 지체가 가중된다는 이유 등으로 우려와 반대가 많았지만 시행 전과 비교해 달라진 보행환경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쾌적하고 편안한 보행 환경 조성에 만족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행자 위주로 개선된 공간을 활용한 문화행사 추진 등 공간재편으로 인한 부수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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