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드수수료 인상에 '계약해지' 맞불…갑질? 정당한 요구?
현대차, 계약해지 통보…"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대리전"
카드사 "소비자불편 볼모로 압박, 해지사태 확대될까 우려"
금융당국, 수수료 현장점검 실시…"법규 위반시 원칙따라 처리" 경고
【서울=뉴시스】이승주 박민기 기자 = 이달 금융당국발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이 적용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카드사와의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카드업계는 "소비자 불편을 볼모로 한 갑질"이라고 꼬집으면서도 '계약해지' 바람이 다른 업권까지 확대될까 우려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계약해지를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대리전'이라고 칭한 만큼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당국 역시 가맹점의 반발 수준을 예의주시하며 법의 경계를 넘어설 경우 엄중 경고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은 의외로 커지는 양상이다.
현대·기아차는 카드사에서 요구한 수수료 인상안이 일방적인 처사라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5개사의 계약을 종료할 것을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학영, 서영교, 남인순 의원,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정애 의원. [email protected]
지난 1월말께 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원 넘는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바 있다. 이는 적격비용 산정에 따른 결과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선안의 카드사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에 따르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적격비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상안에 유통업계와 통신사에서 반대한데 이어 현대·기아차에서 이의제기는 물론 계약해지까지 통보,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기아차는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인상을 통보한 점, 카드사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자동차업계에서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현대차보다 카드사 영업이익률이 비교적 더 좋다는 이유 등을 들며 반대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심각한 적자를 거론하며 이번 계약해지를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대리전'으로 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업계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수수료율을 올린다면 (우리는)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이는 고스란히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회사들은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현대차와 카드사의 수수료율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해지가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차업계는 이같은 계약해지가 정당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은 객관적이고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가맹점 표준약관에 따르면 가맹점은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울상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이 카드업계 의지와 반하는 정책임에도 비난의 화살이 정작 카드사를 향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는 협상을 하자고 요구했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인상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현대차에서 협상하자며 요구한 것이 원가공개다. 이를 공개할 수 있는 회사가 어디있겠나"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이 바뀌어 이를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계약해지를 한다고 하면 소비자 불편을 볼모로 압박해 수수료를 낮추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카드업계는 이번 계약해지가 다른 업권까지 확대될까 우려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대형가맹점에게는 을의 입장인데 이번 계약해지로 우리 협상력이 더 약하다는 인식이 심어지면 다른 업권에서도 줄줄이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카드수수료 정책을 주도한 금융당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기본적으로 당국이 직접 개입하기 보다 당사자간에 협상을 잘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계약해지 사태가 소비자 불편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을 통해 수수료 적용 실태를 점검한 뒤 최근에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이 여전법령 법규를 위반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향후 여전법에 접촉된 부분이 발견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오는 2분기께 개편된 카드 수수료율 산정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가맹점에 대해 카드사들이 적격비용 이상의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다만 계약해지까지 약 일주일 유예기간이 있어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유예기간과 해지 이후라도 카드사가 요청하면 수수료율 협상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수수료 개편이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인 만큼 사태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며 "다만 진통이 길어져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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