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말시한' 앞둔 '크리스마스 선물'은 신형 ICBM일 듯
위성은 미국이 크게 문제 삼지 않을 듯
추가 핵실험은 필요성 없고 부작용만 커
미 본토 공격 미사일 능력 과시할 전망
새해부턴 위기 수준 높이려는 북한과
말려들지 않으려는 한미일 수싸움 치열 예상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2019.12.09. (그림=국방백서 제공)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연말까지 2주, 크리스마스까지 1주일 남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홧김에 미국에 제시한 '연말시한'이 이제 최대 2주밖엔 남지 않았다. '연말시한'이라지만 북한은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 미국이 선택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따라서 '연말시한'은 일주일 가량 앞선 '크리스마스 시한'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연말시한'을 제시하면서 미국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 새로운 길이 어떤 길인지를 두고 북한 관측통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오래도록 있어왔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와 나아가 추가적인 핵실험까지 감행할 수도 있다는 예측들이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달 들어 서해 동창리 로켓 발사장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두차례 로켓 엔진 연소시험을 했다. 그런 뒤 박정천 총참모장이 나서서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또 다른 전략무기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천 총참모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북한의 '새로운 길'은 일단 인공위성 발사는 아닐 듯하다. 최근 실시한 두차례의 엔진 연소시험이 전략무기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엔진 시험이 인공위성을 쏘기 위한 새 로켓용이 아니라 전략무기, 즉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용임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북한이 인공위성만 발사하고 만다면 미국으로서도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새롭게 북한을 압박하기가 애매할 것이다. 안그래도 미온적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호응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그래도 예전같으면 당연히 압박에 나섰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동안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과시하면서 북한이 올해 십여차례 강행한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대수롭지 않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또 핵실험은 김정은이 바보가 아닌 한 다시 할 것같지는 않다. 북한은 이미 7차례 핵실험을 했다. 이 정도면 핵무기를 제대로 만드는데 충분한 횟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는 순전히 정치적 선전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선전효과보다 훨씬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접경지역에서 핵실험 하는 걸 달가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풍계리 만탑산이 마지막 핵실험 결과 좌우, 상하로 상당히 움직였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다시 핵실험을 하기가 어려운 지형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북한이 할 수 있는 '도발행위' 세가지중 가능한 것으로 ICBM 시험발사만 남는다. 이와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두번째 연소시험이 7분여동안 진행됐다고 발표한 것을 근거로 북한이 ICBM 탄두를 대기권으로 재진입시키는 기술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7년에 북한이 시험발사한 화성 14,15호 사거리는 최대 1만~1만5000km로 추정됐다. 이 정도면 북한 어디에서 발사해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추지 못해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못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이번에 실시한 7분여의 연소시험은 바로 미완성 ICBM을 완성해 실전배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선 7분여의 연소시험이 더 무거운 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즉 1발로 미국 전역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무엇이 됐든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핵위협을 가하는 단계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진전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외교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노력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판문점에서 북한측 파트너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건 대표가 굳이 방한해 문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마지막 단계까지 미국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내외에 분명히 밝히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 오기전 지난주 미국이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맞춰 회원국들을 상대로 미국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역시 미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행보였을 것이다.
당초 비건 대표가 뉴욕으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친서를 유엔주재 뉴욕대표부에 전달할 것이라는 추측들이 있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김성 북한 대사를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만에 하나 판문점에서 비건-최선희 회동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자리에서 트럼프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국행에 앞서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10월초 스웨덴 북미 실무접촉에서 북한은 ▲대북 제재 전면해제 ▲한미 합동 군사연습 전면 중단 ▲북미 수교를 핵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이 제시한 조건들을 그대로 받을 수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결국 현재 한반도 정세는, 또 북한 핵문제 정세는 '연말시한'을 향해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달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새로운 ICBM을 시험하고 나섰을 때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미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새 ICBM 시험발사 만으로 한반도 위기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말시한'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밝힌 북한이 새 ICBM을 시험 발사하는 것만 준비하진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이달 '하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해둔 상태다. 이 자리에서 몇가지 특단의 조치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은 속된 말로 '관심종자'다.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켜 한미일에 부담을 주고 이목을 끌어야 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있다. '새로운 길'은 그런 길이 될 것이다.
관심을 끌려는 북한의 행위는 십중팔구 위기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다. 연말이 지나면 위기를 높이려는 북한과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한미일의 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