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육청 잘못된 행정 탓 유치원 야간돌봄 내년 1~2월 중단 위기
17개 유치원, 맞벌이·한부모 위한 '엄마품돌봄' 올스톱 위기
사업 두달 남았는데 예산 전액소진…보조금 평년 40% 불과
"보조금 1人 인건비 밖에 안돼…급식·간식 등은 어떻게 하나"
서울교육청 주먹구구식 행정 인정…"문제 해결 방안 찾겠다"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29일 뉴시스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2019년 엄마품온종일돌봄교실 사업 계획 중 일부 문서. 각 유치원에 10개월간 총 3360만원을 지급하고, 남은 2개월은 내년 예산 수립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19.12.29.
당장 유치원들은 두 달 간 야간 돌봄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29일 뉴시스 취재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엄마품돌봄에 필요한 예산을 매년 3월과 8월에 지급하고, 다음해 1~2월은 관행대로 다음해 예산에서 끌어와 쓰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이 예산은 돌봄인력 인건비와 운영보조금 명목으로 지급되며, 운영보조금은 급식비·간식비·보험료로 쓰인다.
서울시교육청 올해 사업계획서를 보면, 교육청은 엄마품돌봄을 운영하는 17개 유치원에 12월까지 336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었고, 실제로 유치원마다 3월과 8월에 각각 1680만원씩 총 3360만원씩을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 사업계획에 포함된 내년 1~2월 예산은 평년(약500만원) 대비 40% 수준인 198만원씩을 17개 유치원에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유치원들은 예년처럼 1~2월 사업을 위한 추가예산 500만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미 하반기 예산을 전액 소진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도 17개 유치원에 "하반기 예산을 12월 3일까지 정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엄마품돌봄을 운영 중인 한 유치원 원장은 "작년에는 1~2월 보조금으로 500만원이 나왔는데 올해는 돈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인건비와 아이들 급식비 명목으로 보조를 받는데 한달치 인건비에 불과한 금액이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2월까지 아껴서 잘 쓰라는 안내도 없이 12월까지 정산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문제가 터진 이유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엄마품돌봄 사업 규모를 현행 17개 유치원에서 12개로 줄였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를 줄이니 배정된 예산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5-5-2개월로 예산을 쪼개 10개월 안에 1년 예산을 쓰고 1~2월 예산은 다음해 예산에서 끌어다 쓰던 잘못된 관행은 그대로 둔 채 예산규모나 지급방식을 바꾸려다보니 문제가 생긴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사업계획서에서 "2020년 1~2월은 2020년 예산 수립 상황에 따라 지원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적어놓고, 실제로는 17개 유치원에 줄어든 예산규모나 달라진 지급방식에 대해 제대로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17개 유치원은 당장 인건비와 운영비가 모자라 맞벌이부부, 한부모 가정 등 자녀들을 위한 엄마품돌봄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이사장은 "유치원 자체 예산으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돌봄 교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198만원은 최저임금 기준 월급 한달치에 불과한데 아이들 급식은 뭘로 먹여야 하느냐"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엄마품돌봄 예산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렇더라도 현재로선 상황이 시급하니) 추가경정예산 확보가 어렵더라도 다른 예산을 끌어오는 등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엄마품돌봄 유치원 수를 줄이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체 현황조사 결과 야간돌봄 수요가 적어 오후 공립유치원 '에듀케어'를 확대할 계획이었다"며 "과에 배정된 예산 안에서만 활용해야 하는 총액제 때문에 다른 사업(엄마품돌봄) 예산을 줄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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