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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담화는 미 대선·한미군사연습 겨냥한 핵카드

등록 2020.06.12 08: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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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2년을 북한 입장에서 해석

"미국은 앞으로도 장기적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규정

핵무기 개발 지속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아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계기로 새 전략무기 선보일 듯

바이든 민주당 당선 뒤 북미 핵대결 우위 확보 노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13일 보도했다. 2018.06.13.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13일 보도했다. 2018.06.13.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이 12일 발표한 리선권 외무상 명의의 담화문은 북한이 한미합동군사연습 저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대한 대비 등 다양한 전략전술적 의도를 담고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는 제목의 리외상 담화문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지난 2년간의 정세를 북한 입장에서 해석하는 일종의 비망록 형식으로 작성돼 있다.

북한 특유의 비망록은 특정 역사적 사건의 기념일을 맞아 사건 전개과정을 바라보는 북한의 입장을 밝히고 이를 근거로 자신들이 취할 행동의 명분을 마련하는 목적의 글이다.

이번 담화문에서 북한은 지난 연말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차례 강조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조만간 선보일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함으로써 1차적으로 조만간 있을 한미합동 군사연습의 재개를 막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친분관계 단절을 선언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는 상황에 대비해 미국을 향한 새로운 강력한 핵카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한 이후에 전개될 북미간 핵문제 대립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담화문 말미에서 지난달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입장을 천명한 것을 상기한 대목은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전략미사일을 선보일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북한이 언제 실력행사에 나설 것인지는 아직 예상하기 이르다. 일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열릴 경우 이에 맞춰 새 전략무기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또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벌일 군사퍼레이드에서 신형 전략무기를 선보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이 최근 탈북자들이 북한에 날려보내는 삐라를 핑계 삼아 한반도에 긴장을 높이는 행보 역시 싱가로프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준비한 전략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미국을 상대로 한 리외무상의 담화문에 이례적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담화문에서 북한은 "미국은 남조선(한국)군을 공격형의 군대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무려 수백억 US$ 규모의 스텔스전투기와 무인정찰기와 같은 현대적인 첨단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들이밀고 있으며 남조선 당국은 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떠섬겨바치고 있다"고 미국과 한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재개될 조짐이 분명해지면 삐라 살포를 명분삼아 미리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는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어 한미군사연습이 실시될 경우 새 전략무기를 직접 선보이는 등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에 하나 한미가 합동군사연습을 올해에도 중단할 경우에도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년주년을 계기로 실시할 군사퍼레이드에서 신형 전략미사일을 선보임으로써 새로운 핵카드를 선보일 전망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명하지 않고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을 대표하는 백악관 주인' 또는 '미국대통령'과 같은 3인칭 간접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만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에 대비하는 용의주도한 모습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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