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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통일부 '작은 교역'…대상 北기업 바꾸면 순항할까

등록 2020.08.25 19: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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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제외시 문제없다' 입장

다른 北업체와 작은 교역 계속 추진 의지 밝혀

명시적 제재대상 아닌데…기준 모호 지적 나와

방역 조치 강화도 장애물…北당국은 묵묵부답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20.08.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20.08.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통일부가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없는 북측 기업과 '작은 교역'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동당 39호실 산하 기업으로 알려진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제외하면 제재는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작은 교역 추진 상황과 관련, "복수의 북측 기업과 계약이 진행되고 있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제외한 북측 기업들은 제재 위반 소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우리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등과 북한 술을 비롯한 35종의 품목(1억500만원 상당)을 설탕(167t)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물품 반출·반입을 승인할지 검토해 왔지만 제재 위반 문제가 제기돼 암초를 만났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 산하 기업이라는 정보기관 판단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작은 교역 추진이 철회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통일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대북 제재 틀 내에서 작은 교역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인영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대상인 줄도 모르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거래를 승인하려 했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이 장관은 이어 "제가 통일부에 들어와서 바로 결재할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했는데 이 승인 신청을 바로 결재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우선 제재 대상이 아닌지를 검토하지 않겠나. 그걸 무시하고 추진할 사람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암초 만난 통일부 '작은 교역'…대상 北기업 바꾸면 순항할까

아울러 "꼭 술과 관련한 부분만 검토하는 게 아니다"며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외에 다른 북측 기업과 작은 교역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도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 리스트에서 빠져 있었던 바, 향후 추진 과정에서 다른 북측 기업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제재 관련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부가 제재 위반 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대북 제재 리스트에 명시적으로 올라있지 않지만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교역 대상에서 배제한다면 과연 어떤 기업이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유력 기업 대다수는 당국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북한이 방역 조치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북한은 지난달 말 북중 해상 운송 경로인 다롄~남포 항운을 중단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무역액은 6월 대비 24% 감소했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작은 교역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취임 1달을 맞는 지금까지도 북한은 공식적으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최악의 장마철 수해를 복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당분간 대남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뉴시스] 북한조선중앙TV가 최근 지속되는 폭우로 인한 큰물피해복구와 관련해 20일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8.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조선중앙TV가 최근 지속되는 폭우로 인한 큰물피해복구와 관련해 20일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8.20. [email protected]

근본적으로 북한은 남측이 남북 합의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데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정부가 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작은 교역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교류협력이 시작되면 대남 강경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작은 교역을) 원천적으로 되돌리거나 철회, 백지화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작은 교역 추진에 있어 대북 제재 위반 여부와 함께 해당 기업의 입장, 현재 남북관계 등 대북정책을 할 때 통상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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