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 대구/경북

'얘들아~ 오지마라"…의성 어르신들, 자녀에 영상편지 '화제'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0-09-19 07:00:00
생활지원사들이 홀로 계신 어르신들 영상편지 찍어 즉석 전송
"코로나 끝나거든 온나. 사랑한다" 애잔함 묻은 메세지 가득
코로나19로 고항 못오는 자녀들의 불편한 마음도 보듬어 줘
associate_pic
의성군 한 어르신이 자녀들에게 전송할 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의성군 제공) 2020.09.18 photo@newsis.com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아들아. 밥 먹었나? 추석에 뭐 많이 모이지도 못한다고 한다하니 벌초할 때 한잔 치고 치운단다. 그리 알고 올 생각 하지 말고 너희끼리 애들하고 잘 지내고. 내 걱정하지마라. 여기 선생님들이 오셔서 사진 찍고 잘해준다. 엄마는 잘해주니 고맙다. 하하하. 사랑한다."(이점순씨·91·여·의성읍)

"막내야. 엄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걱정하지? 오늘 너희 형 둘이 여기서 자고 오늘 산도 벌초하러 가서 잔 한잔 치고 한단다. 복지관 선생님 전화하시지, 방문하시지, 먹는거 주지, 그렇게 고맙게 하시는 분 어디 있겠나. 또 (의성)군에서도 먹는거하고 옷하고 보내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 엄마 걱정하지마라. 하하하. 할말도 많은거 같더니 하려니 잘없네. 코로나 끝나거든 한번 모두 다 온나. 엄마는 항상 너희 다 사랑하고 있다." (조수란씨·87·여·의성읍)

경북 의성군 어르신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타 지역에 있는 자녀들에게 '귀향 자제' 동영상 편지를 전송하고 있어 화제다.

19일 의성군에 따르면 화제의영상 편지는 추석명절 인구 대이동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비해 의성군이 제작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인구가 어느 지역보다 많은 지역임을 감안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성군이 먼저 나선 것이다.

영상 편지 속 주인공은 자녀들이 타지역에 있어 고향 의성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신 어르신들이다.

associate_pic
현재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으니 자식들에게 '추석이라고 굳이 고향에 오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상은 의성군 생활지원사 120명이 각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르신들(총 1873명)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찍었다.

촬영한 영상은 1분 내외 길이로 비교적 짧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고, 촬영 장소는 어르신이 생활하고 있는 집 안방이나 마루, 마당 등으로 고향 냄새가 풀풀난다.

경상도 사투리가 잔뜩 묻고, 처음 찍어보는 영상이라 어색한 표정을 감출 수 없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도 함께 그대로 찍혔다.

associate_pic
특히 추석 때 고향에 오지 못하는 자녀들의 미안하고 불편해하는 마음을 보듬어주는 말들도 곳곳에 녹아 있다.

의성군은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인구소멸지역 전국1위다.

지난달 말 기준 의성인구는 5만1940명, 이 중 노인인구는 2만1365명으로 노인 비율이 41.1%에 달한다.

혼자 거주하고 있는 어르신도 7648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35.8%이다.

의성군 생활지원사들은폭염이나 태풍 경보가 내려질때면 하루에 1회 이상 이들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한다.

associate_pic
1주일에 1회 방문, 2회 안부전화를 한다. 중증어르신들에게는 심부름 등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은 평소 딸과 며느리처럼 유대관계가 돈독한 생활지원사들이 자녀에게 보낼 안부 영상을 찍자고 말을 꺼냈을 때 거부감 없이 호응해 줬다.

군은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영상 제작·전송 작업을 오는 26일까지 끝낼 방침이다.

영상편지 제작 아이디어를 낸 박경숙 의성군 노인복지계장은 "이번 휴대폰 영상 안부를 통해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고독감을 해소하고,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이 어려운 자녀와의 유대관계 형성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을 자제하고 가급적 집에 머무르며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의성군은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안부전화를 확대하는 등 노인돌봄 공백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jh9326@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전국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