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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뒷 모습 여인 7년만에 컴백…정명조 개인전

등록 2020.10.26 11: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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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 갤러리 12월6일까지

[서울=뉴시스] 정명조, The Paradox of Beauty #19-01 Oil on canvas, 180x100cm, 2019

[서울=뉴시스] 정명조, The Paradox of Beauty #19-01 Oil on canvas, 180x100cm, 2019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왜 얼굴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그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표현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아름다움을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에게서 찾은 것뿐인데요. 그래서 때로는 의복뿐만 아니라 소품, 장신구 등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7년만에 개인전을 연 화가 정명조(50)는 여전히 쪽진 머리 여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뒷 모습은 더 정밀해졌고 다채로운 배경들이 돋보인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에서 22일부터 펼친 정명조 ‘Play-Ground' 개인전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 여인’을 통해 여성과 아름다움의 문제를 조명한다.

작가는 극사실주의(Hyperrealism) 기법을 사용해 한복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낸다. 섬세한 터치로 완성된 한복은 눈앞에 놓인 것처럼 정교하다.

금박문양, 자수 등의 복잡한 문양이나 장식이 많은 작품들은 100호 기준으로 평균 3개월 이상 걸리는 작업이다.

"소품이라도 장식과 문양이 많으면 한 달을 넘기기도 해요. 붓이 지나간 자리에 색이 입혀지고 형상이 드러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이 느껴져요. 작업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특별히 다른 생각 없이 색을 섞고 붓을 놀리는 데만 집중하게 돼요. 가끔 생각대로 표현이 잘 되지 않을 때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서울=뉴시스] 정명조, Play-Ground #20-05, oil on canvas, 162x97cm, 2020

[서울=뉴시스] 정명조, Play-Ground #20-05, oil on canvas, 162x97cm, 2020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복식을 떠올리게 하는 집요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 여인은 어떠한 말도, 사연도 보여주지 않는다.

"메시지는 배경에 있습니다. 검은 배경은 대상을 극단적으로 도드라지게 하는 만큼인물의 어두운 내면을 상징하기도 해요. 그 의미도 무겁고요. 아주 화려한 혼례복을 입고 있지만 뒤돌아서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반면, 흰 배경에 그려진 글과 문인화는 일종의 아름다운 주류문화의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작품의 제목이 'Play-Ground(놀이-터)'인데 그 상징을 뒤로하고 아름다움을 놀이로 즐기는 여성을 표현했어요. 재차 강조하자면 성별의 층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상징적 의미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SNS를 통해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요즘의 세태를 닮았다. 'Follow’라는 행위를 통해 연결되는 시스템 안에서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 어렵다. SNS의 피드(feed) 속에는 상대방이 공유한 포장된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모든 현실감이 지워진 사진에서는 상처와 고뇌, 슬픔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SNS는 서로의 마음이 확인되지 않는 일종놀이터(playground)가 된다. 

[서울=뉴시스] The Paradox of Beauty #19-02, 2019, Oil on canvas, 162.2x112cm

[서울=뉴시스] The Paradox of Beauty #19-02, 2019, Oil on canvas, 162.2x112cm


디테일하게 포착해낸 한복의 정교함은 만져질 듯 사실적이다. 멀리서 보면 사진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그림.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언을 상기시킨다.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붓질의 노동을 해야했을까.
 
아트사이드 갤러리 백종현 큐레이터는 "정명조의 작품은 SNS 시대 분위기와 조응하며 가짜와 진짜,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다층위적으로 제시한다"며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모두 아름다움이라는 놀이에 매혹되어 무엇이 진심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작품이 사진처럼 보이는 것 역시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2월6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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