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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4차 재난지원금, 선거용 아닌 생계용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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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15 15: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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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지난 연말 요식업을 하는 지인에게 오랜만에 송년 인사 겸 연락을 했다. 코로나로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 같아 섣불리 연락을 못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의외의 말을 들었다. 배달 주문이 크게 늘어 되레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홀 손님이 줄어 2명이던 서빙 직원을 한 명만 쓰면서 인건비도 줄었다고 한다.

성탄절 전날 이른 저녁 한적했던 번화가와 달리 주문 전화가 폭주해 연결조차 힘들었던 동네 치킨집을 떠올리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반대로 취객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고, 밤이슬 맞으며 생계를 꾸리는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24시간 해장국집은 한 달 넘게 이어진 강제 영업 제한으로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 났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발생한 지 며칠 있으면 1년이 된다. 그 사이 정부는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3차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등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 걱정은 접어두고 전 국민에게 고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큰 피해를 본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도움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상황은 썩 나아지지 않았다. 모든 국민에게 나눠준 1차 지원금은 총 14조원이 투입됐지만 소비 증대로 이어진 것은 30% 안팎에 그칠 정도로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발표가 있었다. 피해 업종에 국한된 지원금은 밀린 임대료를 충당하기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새해 들어 또 한 번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말이다.

묘하게도 지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가 오버랩 되는 것은 기분 탓일까.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이 화두로 부상하며 재정당국의 반대에도 정치권은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먼저 치고 나선 여당은 압승의 기쁨을 맛봤고, 주춤하던 야당은 충격적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미리 보는 대선이라 할 수 있는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여야 모두 재난지원금 카드를 접어두고 있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선거에 혈안이 된 정치권이 이를 귀담아 들어줄 리 만무하다. 사실상 선별지급이냐, 보편지급이냐를 놓고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자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화된 방역 조치로 피해가 집중된 이들에게는 보편적 지급이야말로 역차별일 수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도 매출이 늘어난 곳이 있고, 공무원, 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월급쟁이도 있다.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이들의 고통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데 드는 막대한 행정비용과 시간 지연에 따른 손실을 전 국민 지급의 이유로 내세우지만 돌려 말하면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한시가 급했다. 피해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을 구분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서둘러 지급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됐고, 그 사이 피해 업종에 대한 선별 지급도 두 차례나 이뤄졌다. 증시는 고공행진했고, 수출도 선방했다. 우리 경제는 당초 우려했던 전망치보다 약진하는 등 국가 경제 전반에 피해가 발생하기보다 취약 업종에 집중됐다는 데이터가 여기저기 존재한다.

이 시국에 힘들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겠냐마는 개인 취미나 여가활동을 침해받은 것과는 다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덕에 소고기 맛에 눈을 떴다는 이들의 농담도 심심치 않게 들은 마당에 생사기로에 놓인 누군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가뭄의 단비여야 맞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기꺼이 생업을 포기한 이들에게 분명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재정당국으로서는 재정건전성 타령을 하면서도 정치권의 입김에 눌려 제대로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소신을 굽힐 바엔 철저한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사각지대를 없애려다 정작 곪은 상처를 키워서도 안 된다. 국가적 위기 때마다 팔을 걷어붙인 국민성을 믿고 그 쓰임이 올바른지 손익계산을 따져볼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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