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단독]통학버스 사고로 다리 잃고 연대 합격 모현군…"관계로 절망 극복"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2-23 11:32:18  |  수정 2021-02-23 11:38:00
통학버스 사고 딛고 연세대 합격한 보인고 모현군
학교·교사·친구들 도움 받아 공부해서 연세대 합격
"할 수 없는 것보다 해야 할 것을 생각해 채워갔다"
재활 직후 대입 준비…"다쳤지만 삶에는 지장 없어"
같은 처지 학생들에겐 "마음 털어놓고 도움 청하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모현 보인고 졸업생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2.2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재활하면서 거울을 봤을 때 다리가 없는 것을 보니 낯설기도 하고, 원망스럽고 화도 났지만 절망에 빠지진 않았어요. 모든 역경을 극복하는데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주변의 많은 배려와 사랑이 있어야만 한 아이가 온전히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졸업생 모현(19)군이 보낸 지난 2년이야말로 바로 그 이야기에 해당한다. 

모군은 고등학교 3학년을 5개월여 앞둔 2019년 10월 등교길에 사고를 당했다. 통학버스가 빨간불에 무리하게 직진하다가 난 사고였다. 그날 학생 1명이 숨지고 모군을 비롯한 11명이 다쳤다. 모군은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다.

입원해 재활을 병행하다가 퇴원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늦어진 개학과 함께 학교로 돌아온 4월부터 모군은 바로 대학입시 준비에 매달려야만 했다. 힘겹게 수험생활을 견뎌낸 끝에 모군은 결국 연세대학교에 최종 합격했다.

뉴시스는 지난 22일 모군이 대부분 수험생활을 했던 서울 보인고등학교 3학년8반 교실에서 그를 만났다. 모군은 "학교에서 저를 위한 전용 화장실을 마련해줬다"며 복도 건너편의 화장실을 가리켰다.

모군은 사고 전에는 점심과 야간 자율학습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하러 나가던 고등학생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공계열 진로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한 모군은 관련 분야에 두루두루 응용하기 쉬운 신소재공학과를 지망해 왔다. 친구들과 학술포럼 동아리를 하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죽음을 계기로 업적을 탐구해보기도 했다.

수술과 치료, 재활을 끝내고 학교에 돌아온 이후에도 친구와 교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모군은 "사고 후에도 바지를 롤업(발목까지 접어 올리는 것)하고 다녔다"며 "제 또래나 다른 사람들도 거의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인고는 모군처럼 스쿨버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송파구청에 지원을 요청해 3억6000여만원을 받아 엘리베이터를 지었다. 교실 가까이 전용화장실도 마련해줬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모현 보인고 졸업생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2.23. dadazon@newsis.com
모군의 통학은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도운 경험이 있는 축구 코치가 도왔다. 학교를 오가는 동안 사고 이전 모군이 좋아했던 축구나 일상을 주제로 말동무를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학습 결손을 메워준 8교시 보충수업이었다. 보인고 교사들은 자원해 11월까지 모군에게 수학과 영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택과목인 화학, 생명과학 4개 과목을 보충 지도했다. 모군은 "(보충수업을) 받지 않았다면 수능 성적이 절반 가까이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온 학교가 모군과 부상자들의 회복을 기원하고 또 응원한데 대해 모군은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제는 사고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주변 교사, 친구들의 배려가 쑥스러워졌다.

"다른 친구들보다 잘 챙겨주신 게 느껴지니까 감사하고 뻘쭘하기도 해요. 다친 것은 다친 것일 뿐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이런 저를 보고 (의지력이)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친구들에게) '내게 무릎이 있으면 축구 할텐데' 하고 농담을 할 정도예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모현 보인고 졸업생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2021.02.23. dadazon@newsis.com
사고 이후에도 묵묵히 학업에 매진하는 모군의 모습은 보인고 교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뷰에 동석한 오양욱 보인고 교무부장은 "현이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보다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생각들로 시간을 채워갔다"며 "보통의 아이라면 다친 시점을 되돌아보거나 그 시간에 집중해 날카로워지거나 무너지기 마련인데, 현이는 사고를 빨리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모군은 자신과 같이 수험생활을 앞두고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  후배들에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들고 스스로의 아픔을 털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요. 사회가 각박하다지만 모두가 요청을 마다하는 세상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 편하게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들을 사귀면서 잘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군은 지난해 12월3일 수능을 마무리하고 정시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중 최근 연세대 수시모집 합격 소식을 접했다.

모군은 지난해 4월 재활 후 처음 치른 첫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흔들림 없이 목표한 공부를 매일 계속해왔다. 그 결과 사고 전과 동일하게 연세대 신소재공학부에 합격할 수 있었다.

모군은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도 그날그날 정해진 양을 공부했다"며 "예를 들어 한 단원에서 절반을 나눠 어느 날은 개념, 어느 날은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장을 20~40개씩 외우는 등 세웠던 목표를 거의 다 지켰다"고 말했다.

곧 대학에서 새내기 생활을 하게 될 모군은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처럼 가끔씩 친구 집에서 같이 자거나 PC방을 가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가족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사회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