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모로코 여권단체, '처녀성 검사 폐지' 매진

등록 2021.02.26 13: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결혼 초야 혈흔 강요는 가부장적 신화 따른 상상일 뿐

WHO "성관계 경험 유무 입증할 검사, 존재하지 않아"

[서울=뉴시스]'모로코의 개인 자유 수호를 위한 대안운동'(MALI)이라는 모로코의 여권 운동단체가 2월 처녀성 검사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도이체 벨레가 24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 인도 퍼스트포스트> 2021.2.26

[서울=뉴시스]'모로코의 개인 자유 수호를 위한 대안운동'(MALI)이라는 모로코의 여권 운동단체가 2월 처녀성 검사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도이체 벨레가 24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 인도 퍼스트포스트> 2021.2.26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모로코의 개인 자유 수호를 위한 대안운동'(MALI)이라는 모로코의 여권 운동단체가 2월 처녀성 검사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도이체 벨레가 24일 보도했다.

MALI는 이달부터 '전통 처녀성 검사'라는 자체 제작 광고를 통해 결혼 초야 신부가 침대 시트에 혈흔을 남겨야 처녀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캠페인을 시작한 MALI의 설립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 입티삼 베티 라흐가르는 "첫날 밤 신부가 흘리는 피가 처녀성을 상징한다는 것은 가부장적 신화에 따른 상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처녀성 검사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없다. 하지만 처녀성 검사는 여성 건강에 대해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8년 "처녀성 검사는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다. 성관계 경험 유무를 입증할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모로코 외에도 여성의 정절을 중요시하는 나라들에서 많은 여성들은 결혼 시 자신이 처녀임을 입증해야 한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편이 결혼 첫날 가족과 함께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 처녀성 검사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를 거부하는 여성은 폭력에 직면하기도 한다.

MALI는 첫날밤 침대 시트에 여성의 혈흔이 남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뿐만 아니라 결혼 전 여성들이 의사들을 찾아 순결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질내로 손가락을 삽입해야 하는데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의 라니트 미쇼리 교수는 이는 인권 침해이며 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이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질 때 피를 흘리거나 고통을 경험하지 않으며, 성관계에도 불구하고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을 수도 있다.

MALI의 광고에는 많은 모로코 여성들이 출연해 자신들이 처녀였음을 입증해야 했던 고충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아미라는 27살의 여성은 "결혼 전 의사로부터 순결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진짜 시험은 결혼 첫날밤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예비신부들은 첫날밤 처녀성 입증을 위해 가짜 혈액을 준비하거나 처녀막 재생 시술 등을 받기도 하는데 라흐가르와 MALI는 이러한 것들에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처녀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방법들이 여성들의 피해를 줄여주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의사들이나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라흐가르는 의사나 기업들도 공범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녀는 이들은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남성들에게 '여성은 물건이고 창녀 아니면 어머니 둘 중 하나'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불평등을 강화하고 가부장적 인식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