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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속도 내는 수소 경제, 더 중요한 건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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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3 13: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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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수소충전소 보급 초기에는 무지하게 애를 먹었어. 겨울에는 충전하는 동안에 충전기가 얼어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녹이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서울에서 수소택시를 모는 A씨에게 굳이 수소차의 단점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차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충전 과정에서 대기 중의 수분이 충전기 노즐에 달라붙어 얼게 되는데 이를 녹이는 데 고생했다는 것이다.

다른 고충도 있다. 충전 시간이다. 수소차 한 대에 연료를 가득 넣기 위해서는 5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앞 차량이 충전한 뒤 다음 차량이 충전하기 위해서는 5~10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 계산하면 1시간에 4~5대 정도만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충전소가 적었을 때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수소택시를 모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 서울은 상암, 국회, 양재, 강동 등 4곳에서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목표는 수소차가 전국 어디서든 30분 이내에 충전소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약 75기에서 5년 안에 450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차량 대비 충전소가 부족한 서울·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서도 걸림돌은 있다. 서울에 짓기에는 땅값이 너무 비싸다.

수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무작정 충전소를 늘리기 어려운 요소 가운데 하나다. 실제 기자가 수소와 관련된 체험을 할 때면 주위로부터 "터지지 않아?", "안전해?"와 같은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에 들어가는 부품 대부분은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심지어 관련 기술자도 해외에서 와야 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수소충전소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을 통해 국산화 작업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더디다.

이러한 이면에도 정부가 내세우는 수소경제 이행의 주요 성과들은 현장의 소리보다 눈부시다.

여기에는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 '수소충전소 세계 최다(最多) 구축', '세계 최대(最大) 연료전지 발전 시장 조성',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 등이 포함된다. 수소차와 충전소, 연료전지의 경우 최근 2년 연속 세계 3관왕이라고 자랑까지 했다.

반면 '수소경제'라는 간판을 내걸면서 성과 내기에만 급급하다는 말도 들린다. 수소 도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삐걱거리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속도에 치중하기보다는 강한 구심점을 갖춰 내실을 함께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수소 산업 컨트롤타워는 수소경제위원회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8개 관계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큰 조직이다. 겉으로는 협업이라는 단어로 감쌌지만 안에서는 부처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기 싸움도 감지된다.

수소 관련 사업 비중이 큰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만 놓고 봐도 '산업'과 '환경'이라는 태생적 차이 탓에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수소 전담기관 관계자는 "지금보다 더 명확한 컨트롤타워를 두고 효율성을 높여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래야 중복 사업도 없어지고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데 지금은 어디서 어떤 사업이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일본과 비교를 싫어한다. 그래도 그들의 장점을 꼽으라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자민당이 장기 집권을 하는 일본 정치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단점이 많은 구조이지만 그만큼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 기조에 우리나라 공무원들도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흔히 에너지 정책은 '백년지대계'라고 표현한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눈앞의 성과를 좇지 않고 이를 꾸준히 이끌어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두는 것이 먼저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처럼 수소도 5~10년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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