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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한달④] 규제 필요한가

등록 2021.06.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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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은성수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 및 증시동향 점검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1.04.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은성수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 및 증시동향 점검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1.04.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지난달 3일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지난 한달 간 증시에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전면재개가 언제쯤 이뤄질 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아직 전면재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으나, 공매도 부분재개는 한시적 조치라는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매도 전면 재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어 추후 전면 재개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요동치자 지난해 3월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 이후 두 차례 금지기간을 연장한 끝에 지난달 3일부터 부분 재개했다. 코스피200 및 코스닥 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 열어놓은 것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 여부는 별도의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 금융위는 공매도 제도개선 효과와 시장의 수용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적인 재개방법·시기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를 둘러싼 찬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조속히 재개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추후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조속한 전면재개를 주장하는 이들은 부분재개 이후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시장에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았고, 전면재개를 한다 해도 영향이 크지 않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연내 공매도 전면재개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내려질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공포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 중 하나로, 이제 시장이 어느정도 회복이 됐으니 원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맞다"며 "무엇보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가면서 버블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불필요한 규제이며, 조속한 전면재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 전면 재개시 약간의 하방압력이 있을 순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자산시장의 버블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주식시장 동향을 점검한 결과, 주가지수는 전반적으로 세계증시와 유사하게 움직였고 국내증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보였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주가지수는 공매도 재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대비 코스피는 2.4% 상승, 코스닥은 0.2% 하락했다. 기업실적 개선·개인매수세 지속 등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특히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전면재개 쪽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위가 지난 한달 간 공매도 거래대금과 비중이 높았던 상위 10개 종목을 살폅본 결과 공매도와 주가간 규칙적인 관계가 없었다. 공매도 거래대금 및 비중 상위 종목의 주가변동률을 보면 삼성전자(6544억원) -0.9%, HMM(5677억원) 20.5%, LG화학(3830억원) -13.4%, 셀트리온(3374억원) 0.2%, 현대차(3315억원) 12.3% 등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변동률 역시 카페24(18.3%·공매도 비중) -6%, 포스코케미칼(17.9%) -3.7%, 넷마블(17.6%) 7.7%, LG디스플레이 (16.8%) -0.8%, 한국기업평가(16.6%) -1.4% 등으로 마찬가지였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공매도가 시작되면 빠질 것 같았던 시장의 우려가 무색하게 견조한 시장 흐름을 보이고 있고 여전히 공매도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주가는 결국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성장성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성장에 문제가 없는 기업에 투자를 했다면 공매도를 겁낼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경제도 회복하고 있어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의도치 않게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현 시점에선 전면재개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현재 공매도가 허용된 대형주들은 과거에도 공매도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던 것들이지만, 상대적으로 공매도에 취약한 소형주까지 확대될 경우 시장에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단 것이다. 또 사실상 지금도 전면재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해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공매도가 재개된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형주는 과거에도 공매도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종과 소형주들은 향후 공매도 전면재개시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1.02.0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1.02.04. [email protected]

이어 "장기적으로는 전면재개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지만 아직은 금리인상, 도쿄 올림픽,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 등 아직 경제 위기 징후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올 하반기 이후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이 보이면 코스피를 먼저 해보고 추후 코스닥으로 확대하는 등 단계적인 전면재개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전면 재개를 논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오는 11월 이후 백신 접종과 인플레 등 경제상황을 지켜보고 난 후 신중하게 재개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도 "시장에서 전면재개에 대한 요구가 있으면 논의를 해볼 순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현재 재개된 코스피 200·코스닥 150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는데 굳이 서둘러서 전면재개를 논해 시장에 혼란을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뿌리깊은 불신' 먼저 해소해야

무엇보다 전면재개의 가장 큰 '허들'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뿌리깊은 불신이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인 새로운 개인대주제도를 시행하고,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또 시장조성자가 과도한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조성자 제도도 전면 개편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에도 여전히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들의 '전유물'로 취급되고 있단 지적이다.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일평균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5827억원으로 전체 공매도 대금의 84.7%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9년(62.8%)과 지난해 1~3월(55.1%)에 비해 오히려 급증한 수치다. 반면 새로운 개인대주제도를 이용한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13억원으로, 여전히 공매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로 소폭 확대되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전체적인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12월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주식시장 공매도 금지로 기관의 공매도 거래가 급감한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여전히 공매도 제도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무기한 끌고 가지 못하도록 개인처럼 의무상환기간을 설정하는 등 제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빌릴 때 상환기간에 사실상 제한이 없지만, 개인은 60일 안에 상환해야 한다.

김상봉 교수는 "무차입 공매도 관련 처벌을 강화한다고 사전 예고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상환기간도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구두로 합의하면 계속 연장이 가능한데, 60일 이내 무조건 상환하도록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투자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7개사가 제공중인 개인대주서비스를 연내에 신용융자를 취급하는 28개 증권사 모두로 확대해 나가고, 대주물량 추가확보와 대주재원 활용 효율화 등을 추진하면서 개인대주 차입기간은 현행 60일에서 더 늘리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또 증권사 차원의 불법공매도 차단·적발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축·운영되는지 순차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감시위원회의 혐의거래 심층점검 지속 등을 통해 주식시장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전면재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전혀 없다"며 "아직 새로운 제도와 부분 재개가 시행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영향과 제도 개선 효과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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