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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2020]메달아닌 '희망' 위해 싸우는 난민팀…올림픽정신을 묻다

등록 2021.08.06 18: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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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팀, 지난 리우올림픽 이어 역대 최대 29명 출전

메달은 못 땄지만 잔잔한 감동과 화제 남겨

올림픽정신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우호 증진' 되새기게 해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3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난민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3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난민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양윤우 인턴 기자 = 스타 선수들이 줄줄이 불참했던 2020년 도쿄올림픽에 희망을 전하고자 참가한 선수들이 있다. 난민팀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국제 올림픽 위원회의 오륜기를 들고 출전했던 난민팀이 5년 뒤 2020년 도쿄올림픽의 12개 종목에 출전했다.

난민팀에게 스포츠는 단순 여가 활동이나 국위 선양의 목적이 아니다. 이들에게 올림픽은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 메달을 따는 경연장이라기 보다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무대다. 이들은 전 세계 8000만 명의 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대회에 나섰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난민은 '여섯 번의 수술을 거치며 이란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이다.
[서울=뉴시스] 25일 도쿄올림픽에서 난민팀 여성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가 중국 '리준 주'를 이기며, 준결승전에 진출을 기념하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IOC) 2021.08.06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5일 도쿄올림픽에서 난민팀 여성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가 중국 '리준 주'를 이기며, 준결승전에 진출을 기념하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IOC)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태권도 천재' 키이마 알리자데(23)는 이란 출생으로 2016년 브라질 올림픽 여자 태권도 페더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이란 올림픽 참가 사상 여성 선수로는 첫 메달 획득이었다.

키미아의 2020년 도쿄올림픽 무대는 2016년보다 더 고됐다. 예선부터 자신의 옛 동료이자 고국을 상대로 경기를 치렀다.
이후 16강에서는 여성 세계 1위 태권도 선수를 꺾고, 8강에서 중국 태권도 신동을 이기는 등  금메달 유력 후보들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가운데, 자유를 얻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와 태권도를 향한 열정에 관심이 집중됐다. 키미야는 "힘든 시절을 이겨내게 해준 원동력은 태권도"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난민팀 육상 선수 자말 모하메드(27) (사진=IOC)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난민팀 육상 선수 자말 모하메드(27) (사진=IOC)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16살에 3일 동안 밤낮으로 190㎞ 사막을 횡단해, 수단에서 이스라엘로 탈출한 난민팀 육상 선수는 도쿄올림픽에서 개인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3일 난민팀 장거리 육상 선수 자말 모하메드(27)가 도쿄올림픽 남자 5000m 1라운드 2조 경기에서 13분 42.98초로 자신의 신기록을 경신했다. 2019년 7월 20일 '벨기에'에서 기록한 13분 54.28초가 자말의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조별 경기 20명 가운데 13위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비록 메달을 못 땄지만, 자말 모하메드는 전 세계 8200만 난민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줬다. 금메달리스트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말이 이번 올림픽 참여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7월 28일 난민팀 마소마 알리 자다가 도쿄 2020 올림픽 5일차 여자 개인전 도로 사이클 22.1km에서 완주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다. (사진=IOC)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7월 28일 난민팀 마소마 알리 자다가 도쿄 2020 올림픽 5일차 여자 개인전 도로 사이클 22.1km에서 완주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다. (사진=IOC)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여자 개인 도로 사이클 22.1㎞ 경기에서 선두와 7㎞ 차이로 압도적이지만 아름다운 꼴찌를 한 선수도 있다.

도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난민팀 여성 사이클 선수가 1등과 '압도적인 차이'로 꼴찌를 했지만, 8200만 난민과 여성에게 감동을 주는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이 알려졌다.

1등과 14분 차이 24등과 9분 차이인 꼴찌(25위) 난민팀 여자 사이클 선수 마소마 알리 자다이다.

마소마는 22.1㎞ 경기를 44분 4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1등이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 마소마는 대략 7㎞ 정도 뒤에 있었다는 것.

즉 완주를 3분의 1이 남기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5㎞ 구간은 내리막이 끝나고 오르막이 시작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마소마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페달을 밟았다.
[서울=뉴시스] 28일 여자 개인전 도로 사이클 경기에서 1등이 피니쉬 라인에 도착했을 때, 마소마가 있었던 구간 = 15.154㎞ (사진=IOC)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8일 여자 개인전 도로 사이클 경기에서 1등이 피니쉬 라인에 도착했을 때, 마소마가 있었던 구간 = 15.154㎞ (사진=IOC)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경기를 치르기 2주 전 마소마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끝내는 게 중요하다"라며 "내 꿈은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출생인 마소마 알리 자다는 이란으로 망명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서 젊은 여성들과 함께 사이클링 단체를 만들었다. 여자가 운동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보는 나라에서 마소마는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하지만 마소마의 가족은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으로 신변을 위협당했으며, 마소마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당했다. 결국 마소마와 가족들은 2017년 프랑스로 또다시 도망쳤다.

이러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마소마는 사이클링 대회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라며 또한 "여성은 무엇이든 (도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28일 마소마는 경기를 마친 후 "나는 난민팀을 대표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기록과 상관없이 전 세계 8200만 난민들에게 꿈과 평화를 줬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2020년 도쿄올림픽에 29명의 남민팀 선수들이 참가했다. (사진=난민팀 SNS) 2021.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0년 도쿄올림픽에 29명의 남민팀 선수들이 참가했다. (사진=난민팀 SNS) 2021.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난민 선수단은 2015년 10월, UN 총회에서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전 세계에 약 6850만명의 난민이 있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난민 올림픽 선수들을 2016 리우 올림픽에 참가시키는 것으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8월 5일.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는 1만1000명의 선수들이 자국의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다.

이날 참석했던 10명의 선수로 구성된 한 소규모의 선수단은 현재 29명이 되어, 2020년 도쿄에서도 새 역사를 만들었다.

난민팀의 도전은 올림픽의 개최 목적인 '스포츠를 통한 세계의 평화와 우호 증진'을 되새기게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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