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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변경 설문…현대·미래 담는다더니 '직지'로 한정

등록 2021.09.13 12: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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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5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40일간 시민 설문조사
새 후보 대부분 '직지박물관'…변경 의도와 정반대
"직지가 곧 고인쇄…탁상행정 이해불가" 비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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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청주고인쇄박물관 전경.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충북 청주시가 찬·반 논란 속에 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을 위한 시민조사에 나선다.

13일 시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40일간 청주고인쇄박물관 새 명칭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가 진행된다.

후보는 기존 고인쇄박물관을 포함해 시민 공모로 접수한 ▲한국인쇄박물관 ▲직지박물관 ▲직지인쇄박물관 ▲청주직지박물관 ▲청주직지인쇄박물관이다.

10월25일까지는 청주시선과 국민생각함, 굿모닝설문조사에서 온라인 조사를, 9월30일까지는 고인쇄박물관과 문화제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현장 조사를 한다.

시는 이 결과를 토대로 11월 시민공청회와 12월 최종 심의를 거쳐 명칭 변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새 명칭에 의견이 모아진다면 '청주고인쇄박물관'이라는 이름은 2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문제는 명칭 변경과 그 과정에 타당성, 적절성을 갖췄느냐는 점이다.

박물관 이름 중 '옛 고(古)'자가 지니는 의미에 한계가 있어 근·현대 인쇄문화까지 포괄하는 '신식' 이름을 짓겠다는 발상인데, 고인쇄박물관의 유래를 간과했다는 반론이 적잖다.

고인쇄박물관은 1985년 운천동 택지개발지에서 흥덕사 유물이 발견된 뒤 1992년 그 일대에 건립됐다. 흥덕사는 1377년 고려 우왕 3년 때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를 간행한 곳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고인쇄박물관은 '고(古)인쇄' 그 자체인 직지를 비롯해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의 고서와 흥덕사지 출토유물, 인쇄기구 등 650여점을 보관·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고인쇄 전문박물관'이다. 개소 당시 박물관 명칭은 국내 최고 권위의 서지학자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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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변경 후보에 오른 이름도 청주시의 본래 의도와 맞지 않다.

근·현대와 미래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에 초점을 두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현 명칭을 제외한 5개 후보가 '직지'로 의미를 제한하고 있다.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삼국, 조선시대 인쇄 문화를 도리어 포괄하지 않는 셈이다.

나머지 후보인 한국인쇄박물관은 청주고인쇄박물관과 달리 어디에 소재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박물관 측은 지난 4~5월 시민공모 전에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도 열지 않았고, 청주시의원의 말 한마디 지적에 공모 1등 포상금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고인쇄박물관 명칭 중 '옛 고(古)' 자가 지니는 의미 탓에 외연적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2007년 청주고인쇄박물관 주변이 '직지문화특구'로 지정돼 근현대인쇄전시관과 금속활자전수교육관이 들어서는 등 보다 미래지향적 가치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측이 낸 시민 공고문에는 '박물관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고, 14세기 직지와 금속활자 인쇄술이 21세기 미디어 혁명을 이끈 인터넷과 반도체의 전신으로 그 맥을 이어왔다는 가치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명칭으로 거듭나기 위해 명칭을 공모한다', '직지를 포함한 인쇄술 발달의 가치(대중에게 무제한의 지식 보급이 가능하게 됐으며, 현재의 미디어 혁신이 이뤄진 발판이 됐음)와 앞으로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담은 명칭'이라고 적혀 있다.

도대체 어떤 의도를 담은 것인지 일반인의 시각으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다.

청주의 한 사학과 교수는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것은 독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 중국 '춘추번로'보다 145년 빠른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기 때문"이라며 "가장 오래돼 의미 있는 가치를 굳이 현대적으로 바꾸려는 의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7년 지정된 직지문화특구 안에 시대별 인쇄문화를 나눠 고인쇄박물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직지문화특구의 고인쇄박물관을 직지박물관으로 바꾸면, 근현대인쇄전시관은 어떻게 구별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청주시 다른 부서 간부 공무원도 "이런 게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며 "박물관 측도 잘 설명하지 못하는 명칭 변경 의도를 중단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giz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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