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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값 대책 뒷북만…기민한 대응 필요하다

등록 2021.11.15 16: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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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방치하는 사이 집값 급등, 청년들 좌절

1년 지나 뒤늦게 1억이하 저가 아파트 조사 나서

지적된 문제 신속 개선하고 투기에 한 발 앞서야

[기자수첩]집값 대책 뒷북만…기민한 대응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국토교통부가 오는 16일부터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30%에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인 가구와 무자녀 신혼부부, 고소득 맞벌이 부부에게도 특공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월평균소득 140%(맞벌이 160%)를 초과하는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 1인 가구는 특공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아예 기회조차 없었다.

일반공급은 가점에서 밀리고, 특별공급은 기회조차 없어 청약시장에서 희망이 사라진 젊은층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이는 소위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포구매)'으로 이어졌다. 집값 급등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자 국토부가 뒤늦게 생각을 바꾼 것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과 관련해 "1인 가구와 무자녀 신혼부부의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임 김현미 장관은 이 같은 현실은 나 몰라라 한 채 "영끌 말고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 받으라"는 발언으로 젊은이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최근 국토부가 김현미 장관 때와는 달라졌다는 평가도 일부 나오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사이 집값은 미친 듯이 올랐고, 수많은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야 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639만원으로 2년 전 8억4294만원에 비해 3억7345만원 올랐다. 보통 2030세대 젊은이가 연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6~7년을 모아야 하는 액수가 단 2년 사이 뛴 것이다.

국토부의 뒷북행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내년 1월까지 3개월 간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한 사례에 대해 실거래 기획 조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이다. 내용 자체에 잘못된 건 없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취득세·양도소득세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지난해부터 투기 세력이 싹쓸이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다.

1년 가까이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다가 이제야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 집값 통계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뒤늦게 지난 7월 한국부동산원 통계 표본을 확대한 것이나 3년 넘게 공급이 충분하다고 버티다 임기 말이 돼서야 공급에 올인 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도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다.

'늑장', '뒷북' 행정이 반복된 탓에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정부가 집 값 안정을 위해 뭐든 다 할 것처럼 외치면서 속으로는 "조금 있으면 자연스럽게 집값이 떨어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일인가.

정부는 투기 세력보다 한 발 앞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되면 빠르게 개선해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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