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1년…경찰 권한 커졌지만 신뢰 흔들
작년 개정 형소법 시행으로 경찰 책임수사 시작
사건 처리기간 늘고 검찰 보완수사 요구도 늘어
대장동 등 수사 비판…치안현장 부실대응도 도마
내부선 인력문제…영장청구권 등 권한강화 요구도
임인년 새해가 밝으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도 1년이 지났다. 수사권 조정 2년째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 책임 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경찰이 모든 수사와 관련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은 사라졌다. 검·경은 상호 협력 관계가 됐다. 경찰은 검사 지휘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고, 불송치 결정을 통해 1차적 사건 종결권도 보유하게 됐다.
국민 편익 증대에는 물음표…사건 1건당 처리기간 53.2→61.9일
2일 경찰청에 따르면 1~10월 경찰 수사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61.9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53.2일)과 비교하면 8.7일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전체 평균인 56.1일과 비교해도 6일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해 3월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부동산 투기'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2021.03.30. [email protected]
검찰 보완수사 요구가 대폭 늘어난 점을 근거로 수사권 조정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작년 상반기 기준 경찰의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요구율은 경찰청 집계로 2020년 4.1%에서 지난해 9.7%로 늘었고, 검찰 집계로도는 4.0%에서 11.2%로 증가했다.
통계수치가 다른 점은 차치하고 보더라도, 경찰 책임수사가 시행된 이후 검찰 보완수사가 2~3배 늘었다는 점은 경찰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LH·대장동 등 주요 길목에서 미진…경찰청장 거듭 사과도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출범하고 책임수사 원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 등에서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지난해 11월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1.24. [email protected]
지난해 하반기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찍이 핵심 관계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건네받고도 6개월 가까이 내사만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기도 했다.
치안 현장에서의 잇따른 부실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에서는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긴급 구조요청을 보냈음에도 경찰이 엉뚱한 장소로 출동한 뒤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인천에서는 층간소음 관련 흉기난동이 벌어지는 동안 경찰관들이 오히려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때아닌 경찰청장 교체설까지 제기됐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거듭 사과 메시지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첫술에 배부르랴…경찰 수사역량 높여야"
실질적으로 책임 수사를 진행하기에는 제도적 권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부에선 나온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장청구권으로 인해 현장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대인 영장 부분은 쉽지 않겠지만 대물 영장이라도 경찰이 직접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25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를 방문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25. [email protected]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새로운 제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기대에 비춰 실망스러운 사건들이 있었다"면서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경험이 쌓이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이나 전문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긴급한 수사에서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보니 권한 확대 이야기가 있는데, 일선에서 절차나 형식 때문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제대로 일할 권한을 주고 못할 때는 따끔히 질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찰이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어떤 수사가 이뤄지든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수사 역량이 필요하다"면서도 "시간의 문제다. 역사 이래 처음으로 경찰에게도 수사권이 넘어간 것이니 절치부심해 수사 역량을 기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힘을 분산하면서 경찰은 권한이 대폭 강화된 모습이다"며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어떻게 조절해야할지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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