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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선 후보들의 표 의식 '퍼주기 추경' 경쟁 이제 그만

등록 2022.01.28 09: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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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살려주십시오'라고 한번 해보세요."

지금은 법무부장관이 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한 말이다. 곧바로 예산권을 쥔 국회의원의 '갑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박 의원은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의원들의 예산 갑질 사례는 부지기수다. 여야의 구분도 없다. 2015년 안민석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당시 새정치민주연합)가 부안군수에 "노래 한번 하면 부안에 예산 100억원을 내려주겠다"라고 한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 야유회'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의원들이 예산안을 손에 쥔 떡 주무르듯할 수 있는 탓에 뱃지를 그토록 쥐려하는지도 모르겠다.

24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왔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추경이다. 추경 없이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 19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피해보상이 시급하단 얘기다. 

황당한 굿타령, 몇 번을 들어도 심장이 벌렁대는 욕설에 대선판이 파묻혔다 해도, 나라 곳간 만큼은 꼼꼼히 따지고 가야한다.  표가 달렸다 해서 '묻고 더블로' 식의 퍼주기 경쟁으로 가선 곤란하다.

아니나 다를까, 여야 후보들은 예상에서 한치도 빗나감 없이 서로 더 챙겨 주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찔끔찔끔 소액"이라고 기재부에 눈총을 보내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풍채에 걸맞게 "더 크게"를 외친다. 이렇다보니 '추경 플렉스'라는 말까지 나온다.

머리 회전이 빠르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재명 후보가 치고 나왔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35조원'을 끌어들여 35조쯤은 돼야 한다며 추경안 편성을 위한 대선후보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이재명은 합니다"에 딱 맞는, 매우 날렵한 민심 선점 전략이다. 

윤 후보는 즉각 거부했다. "나는 이미 5조 플러스 알파라 했다. 더 묻지 말고 제대로 된 안을 가져오라"고 퇴짜를 놨다. '폼'은 잡았지만 그것 뿐, 50조를 어떻게 만들어 내겠다는 방법론이 빠졌다. 차기 정부 것을 끌어다 쓰겠다고 한 이재명 후보보다 못하다고도 하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포퓰리즘"이라면서  예산 편성 심의가 잘못됐다는 걸 여당 후보가 사과하면 응한다고 조건을 단다.

이·윤 후보 둘 다 그 자리에 앉을 뜻이 없다. 불러낸 사람도 그 후 별다른 얘기가 없는 걸 보니 부를 심산이 아니었던 건 아닌가.

심지어 이 '제안'은 이재명 후보의 것이 아니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제안을 사실상 '가로채기'한 건데,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은 틈을 타 이 후보가 치고 나갔다.

아무도 응답이 없자 답답해진 김동연 후보가 다시 제안을 했고, 그나마 이 후보와의 테이블이 곧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나 윤 후보는 지금 토론회에서 누가 더 주목을 받을 지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뿐 재원 마련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윤 후보는 강 건너 불 보듯 '원내 지도부'에 맡겨 놓으란다. 따박따박 세금을 내는 데도 해마다 빚은 차곡차곡 쌓여 나랏빚이 1인당 2000만원 시대가 코앞이라는데 표를 달라면서 "국채 발행을 해서라도"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가.

여야 할 것 없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를 따지지 말고 논의 테이블에 앉기를 바란다.

이미 나와있는 안도 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후보가 제시한 지역구 SOC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레딧'을 따질게 아니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댄다면 국민들도 '우리 후보들이 이제야 달라졌구나'라고 느끼지 않겠나.

의원들이 협상할 일이라 뒷짐지고 있을게 아니라 대선 후보의 영(令)이 최고조로 서있을 때 지역구 의원들의 힘을 빌어야 할 때다.

의원들에 고통 분담을 주문하라. 지역구 주민에 "지금 당장 시급한 지역 사업이 아니라면, 언제 해도 하겠다 약속할테니 이번에는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한번 살려주십시오"라고 부탁해달라고.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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