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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장애인시위에 멈추는 지하철…뒷짐 진 정부

등록 2022.02.14 1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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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장애인시위에 멈추는 지하철…뒷짐 진 정부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출근길 불편을 겪고 나면 동정하던 마음도 사라진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강장 출근 시간대 기습시위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시민의 하소연이다.

전장연의 출근길 기습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에는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같이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혜화역 등에서 휠체어를 지하철 출입문에 끼워 넣어 출입문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계속되는 출근길 시위에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시위 중단을 요구 중이다. 특히 출근길 불편으로 오히려 부정적 인식만 커진다는 불만이 많다. 반면 전장연에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있다. 당장의 출근길이 불편하더라도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겪을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장연의 요구는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국비보조비율 명시 ▲탈시설지원예산 788억원 확보 등이다. 전장연 측은 '이동의 권리'가 '출근의 권리'보다 우선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기습시위 의도는 권리의 우선순위 문제보다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목소리라고 전했다.

기습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2001년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21년째 요구 중이지만, 답보 상태가 이어지자 전장연은 출근길 기습시위를 택했다.

그 사이 2006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권고사항으로만 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장애인의 시외 이동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로 변경된 뒤 통과돼 예산 보장 방안이 불완전하다.

전장연 측은 이번 개정안이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의 권리'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고 보고 있다. 전장연 측은 "예산 없이는 권리 없다. 장애인권리예산 기재부 책임 촉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관련 부처와 협의하라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결국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정부의 침묵이 반복되는 동안 불편은 모두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전장연의 기습시위는 계속되고 그때마다 장애인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전장연의 출근길 기습시위는 동정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자 하는 시위는 더더욱 아니다. 이들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20년 넘게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도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 해소도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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