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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가부 폐지 괜찮을까"…물음표 나오는 이유

등록 2022.05.02 12:01:00수정 2022.05.02 14: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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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가부 폐지 괜찮을까"…물음표 나오는 이유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 2년여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달 종료하고, 2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해제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방역 완화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한 유행 규모와 의료 자원 확충 덕분이다.

반면 성 평등과 여성 인권 분야는 그 위험도를 우리 사회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해소했느냐는 질문에 물음표가 붙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강간, 유사 강간, 강제 추행 등 성과 관련된 범죄는 2만1717건으로, 전체 강력 범죄 2만4322건의 89.3%를 차지한다. 절반 이상의 여성이 평생 1회 이상 성폭행, 성추행을 경험했고 평소에 각종 범죄로 인해 밤길을 걷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하는 성폭력 관련 통계에서는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지인, 친구 등 아는 사람에 더해 가장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인 가족도 포함돼있다. '미투운동'을 통해 공공·민간, 직업, 계층을 가리지 않고 여성이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상생활에서 성 평등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열악하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가사와 돌봄을 부담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 중 68.9%에 달했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6세 이하 자녀를 둔 기혼 여성 71.8%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는 우리나라가 29위에 머물고 있으며 성별 임금 격차는 최하위에 그친다. 여성 관리자 비율 역시 정부 차원에서 확대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20.92%에 머물고 있고 여성 임원은 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그간 우리 사회가 성 평등 분야에 투자한 자원을 보면, 여성가족부의 한 해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정부의 총예산 607조6633억원의 0.2%, 보건복지부 97조4767억원의 1.5% 수준이다.

게다가 이중 61.9%인 9063억원이 아이돌보미 등 가족 정책 사업에 쓰이고 여성·성 평등 정책 분야에는 1055억원만 배정됐다. 여성가족부 내부에서는 매년 예산 철마다 "성 평등 정책을 다룰 기회를 받지 못한다"는 원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성 평등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채팅앱', 'SNS' 등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성범죄 유형이 진화하고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담당 인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은 이제야 법령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여성의 범주를 '여성 노동자', '여성 장애인'으로 넓히면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해 투입해야 할 관심과 자원은 더 늘어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가족부 역시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부처라는 의견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여성계 인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가 재유행이 왔던 것처럼 지금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면 그나마 쌓아올린 성 평등의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여성부로 출범했던 여성가족부는 기능의 모호성, 역량의 한계, 남성 역차별 등의 논란을 겪으며 매번 존폐론에 시달려왔고 현재는 부처 폐지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책 조정 때마다 생활방역위원회,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통해 정부 부처, 지자체, 방역 전문가, 소상공인,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이 모여 의견을 수렴했다.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정책 역시 성 평등과 여성인권의 후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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