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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기업가치 '흔들'…IPO 성공할까

등록 2022.08.17 08:00:00수정 2022.08.17 11: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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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흥행 실패에 증시 불안까지 겹쳐

4조~5조원 희망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11번가가 상장을 앞두고 본격적인 몸값 올리기를 해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마켓 중심의 사업 모델이 수 년 째 성장세가 멈춘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데다, 야심차게 준비한 미국 아마존과의 협업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에 불안한 증시 환경까지 겹치며 11번가의 기업가치는 당초 희망했던 4조원대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4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뒤 지난 5월 국내·외국계 증권사를 상대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주관사 선정 결과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이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 달 안에는 결과 통보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중하게 증시 상황을 살피며 상장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11번가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계속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 만큼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분사 당시만 해도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2조7000억원이었고, 상장 시 기업가치는 4조~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증시 안팎에선 11번가의 현 기업 가치를 분사 직후보다 낮은 2조원 초중반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부진한 증시 환경에 '아마존 협업'마저 흥행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판매 상품들을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와 국내 상품을 구매하듯 '직구'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쿠팡과 컬리 등에 밀린 이커머스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상품 수가 미국 아마존에 비해 현저히 적은 데다 제품 설명과 리뷰 등의 한글 서비스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991만명까지 늘었던 11번가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지난달 952만명으로 줄었다.

11번가의 점유율 반등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11번가 업계 점유율은 6% 정도로 ▲네이버(17%) ▲SSG닷컴(15%) ▲쿠팡(13%) 등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실적도 11번가의 기업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694억원을 보이며, 2020년(9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보다 3% 늘어난 5614억원에 그쳤다. 2019년 이후 매출액이 5000억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별도 법인이 된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빠짐없이 당기순손실을 보인 것도 부정적이다. 특히 매출 성장폭은 높지 않은데 적자 폭은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11번가는 올 1분기에도 매출 1399억원과 265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손실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66억원) 대비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아마존 서비스 홍보로 광고·마케팅 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올해 손실 규모는 지난해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11번가는 증시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계속 미루기도 힘든 상황이다. 증시 부진으로 모회사 SK스퀘어 산하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앞서 상장을 철회했지만 11번가는 사정이 다르다. 2018년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3년 상장'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켰다.

11번가는 SK텔레콤이 2018년 SK플래닛으로부터 인적 분할하며 별도 회사가 됐다. 최대주주는 SK스퀘어(80.26%)며 국민연금·새마을금고·H&Q코리아 컨소시엄이 꾸린 나일홀딩스(18.18%)가 20%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투자자들과 약속한 내년 상장을 관철하려면 '아마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원하는 기업가치로 IPO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11번가가 적자를 감수하고 야심차게 내세운 아마존 협업부터 성공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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