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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금통위 0.25%p 금리인상 유력

등록 2022.08.20 08:00:00수정 2022.08.20 08: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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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5일 금통위, '베이비 스텝' 유력

올해 물가 4% 후반, 성장률 2% 초반 조정 가능성

"0.25%포인트씩 인상 바람직"…빅스텝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수정 발표되는 가운데, 물가 전망치를 얼마나 높일지, 성장률 전망치가 어느 수준으로 하향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25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6%대 물가가 두 달 째 지속되고 있고,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이를 잡지 못할 경우 현재의 고(高)물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재돌파한 가운데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출 때까지 지속적인 금리인상 필요성을 내비치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긴축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올해 4월, 5월, 7월에 이어 8월까지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6%대로 치솟으면서 과감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5월 5.4%로 5%대를 넘어선 후 6월 6.0%, 7월 6.3% 등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또 일반인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7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전월대비 0.8%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월대비 상승폭도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 인상,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물가 상승을 고착화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총재도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된다면 향후 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제 전반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물가가 당분간 6%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고, 7월 보다는 8, 9월 물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10.4포인트 떨어진 86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2020년 9월(8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세 지속, 주요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는 급격하게 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를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 늘었다. 또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19.4%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 가운데 가계가 104.5%로 전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4.9%로 전분기(113.7%)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부채 규모가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한은이 '베이비 스텝'을 단행 하더라도 향후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한국 기준금리(연 2.25%) 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금리는 다시 같아진다. 하지만 미국이 남은 세 차례의 회의(9월, 11월, 12월) 동안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연말 3.5~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역전폭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13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13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 인플레이션 정점 논란, 경기 침체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9일 장중 1328.8원까지 치솟는 등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6%를 웃도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를 가급적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 인플레이션 자체의 상승 모멘텀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도 '베이비 스텝'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국내 물가 정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25% 수준이 중립금리 범위 하단 수준에 위치한다고 지적한 점을 감안할 때 8월에 이어 10월까지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달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당시 이를 예외적이라고 지칭했으며 이후에는 0.25%포인트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후 국제유가 하락 등 원자재 가격이 다소 안정된 점을 고려하면 빅스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3%로 고점을 높여갔지만 컨센서스에 부합하면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등 수정 경제 전망도 새롭게 내 놓는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 내년 2.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4.5%, 내년 2.9%로 제시한 바 있다.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1~7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4.9%로 한은 전망치(4.5%)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를 4% 후반대나 5% 초반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간 물가가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아직 없다. 다만, 이번달 들어 국제유가, 곡물가격 등이 하락하고 있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유지될 가능성도 높다.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무역수지 악화와 설비·건설투자 하락, 민간소비 부진으로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1분기 0.6%, 2분기 0.7% 성장했다. 산술적으로 남은 3, 4분기 각각 0.3%씩 성장 하면 달성 가능한 수치지만 가능성이 낮다. 한은이 성장률을 잠재 성장률 수준인 2% 초반까지 하향 조정할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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