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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를 위한 변명..."이러면 닭은 누가 튀기나" [반값전쟁 개막③]

등록 2022.09.05 07:00:00수정 2022.09.05 09: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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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도 남는게 없어"…프랜차이즈 업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

"초저가 제품 판매 장기화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만 피해볼 수도"

홈플러스 당당치킨 (사진 = 홈플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홈플러스 당당치킨 (사진 = 홈플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치킨, 피자에 이어 탕수육까지 등장하며 대형마트에서 시작한 반값 경쟁이 확산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대형마트의 반값 조리식품이 가격의 기준이 되면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는 대량으로 원재료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다 로열티,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반값에 제품을 선보여도 이윤이 남는다는 입장이다. 반값 즉석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제품수도 늘어날 수 있다.

소비자들이 12년전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단종 사태를 거론하며 선택할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자영업자들을 한숨짓게 만드는 요소다. 대기업의 영업권 침해인데도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홈플러스 당당치킨 인기몰이 후 이마트·롯데마트 가세

홈플러스는 지난 6월30일 1마리에 690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을 선보였다. 치킨가격이 2만원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당당치킨은 큰 인기몰이를 하며 이달 10일까지 32만 마리가 넘게 팔렸다.

홈플러스의 초저가 치킨이 인기를 끌자 경쟁업체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가세했다. 이들 업체는 5분 치킨(9980원),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1.5마리, 1만5800원) 등을 선보이며 반값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선보인 제품들도 초복과 중복, 말복 시즌을 맞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 기업들은 고객들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 수준으로 제품을 기획했지만 고객들이 열광하자 즉석 조리식품 강화를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치킨을 넘어 피자, 탕수육, 초밥 등을 선보였다. 향후 소비자들이 배달로 많이 즐기는 족발을 비롯해 편육, 수육, 순살치킨 등으로 반값 즉석식품제품군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프렌차이즈 치킨 값 인상과 배달비가 급등해 유통업계가 저렴한 대체 상품을 내놓은 26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7000원대 치킨을 고르고 있다. 2022.07.26.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프렌차이즈 치킨 값 인상과 배달비가 급등해 유통업계가 저렴한 대체 상품을 내놓은 26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7000원대 치킨을 고르고 있다. 2022.07.26. [email protected]



자영업자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팔아도 남는게 없어"

대형마트의 반값 경쟁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프랜차이즈 점주 등 자영업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들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의 경우 재료값에서 대형마트와 큰 차이를 보인다. 본사에서 납품받는 생닭이 6000원에 달하고 기름, 파우더, 양념소스, 무, 콜라, 포장재, 배달플랫폼 지불 수수료 등의 비용을 합치면 1만5000원에 달한다.

1만원 이하에 제품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준이 된다면 향후 소비자들의 프랜차이즈 치킨 구매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고 있는 후라이드 단품 가격을 살펴보면 교촌 오리지날 치킨은 1만6000원, BBQ 황금올리브치킨 2만원, bhc 후라이드 1만7000원, 네네 후라이드 1만6000원 등이다. 

해당 제품들은 업체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재료비·임차료·인건비·각종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후라이드 1마리를 판매했을 때 자영업자들에게 남는 금액은 1000~2000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조리식품군 확대는 골목상권 침해 행위"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목소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자영업자는 "본사에서 가맹점에 제공하는 신선육 가격이 5600원에 달하는데 6000원에 후라이드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초저가 치킨 가격이 치킨 가격의 기준이 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자영업자는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에게 상대할 수 있는 업체가 있는가"라며 "대기업이 즉석 조리식품 품목을 늘려나가는 것은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각을 세웠다.

치킨, 피자 등을 주력제품으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측에서도 반값 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당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점주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고 본사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인근에 위치한 가맹점의 매출이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은 큰 타격이 없지만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전반적인 소비 감소 현상을 보일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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