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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그만…공공·민간병원 '양날개' 펴야[코로나,그후上]

등록 2022.10.18 05:00:00수정 2022.10.18 06: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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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거듭하는 바이러스…신종 감염병 대비해야

감염병 대응체계 정비·의료인력 충분히 확보해야

"미래 지금까지처럼 최소한 수준으로 대응 못해"

취약계층 의존도 높은 공공병원 9.6%뿐 확충해야

7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 단계적 1개 이상 확충

정부 공공병원 시설·인력확충 예산 확보 나서야

국내 90%가량 차지 민간병원 공공성 강화 필수

시설개선 및 인력지원·별도 진료비 책정 필요

'감염확산 취약' 중환자실 다인실 구조 개선해야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1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들이 유리창을 사이로 소통하고 있다. 2022.08.01. jtk@newsis.com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1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들이 유리창을 사이로 소통하고 있다. 2022.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끝나지 않는 전쟁이 있다. 상대는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유행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또 다른 감염병의 시작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반복되는 인명 피해를 막으려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먹구구식 대응에서 벗어나 감염병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2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을 차례로 겪었다. 그 때마다 감염병 위기관리의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지만, 실질적인 의료체계 개선이나 의료인력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갑자기 닥쳐올 또 다른 위기 상황에서는 더 이상 지금까지와 같은 최소한의 수준으로는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공공병원 확충을 비롯한 공공의료 강화다. 공공병원은 적정 진료를 통해 진료비 부담을 낮춰 쪽방주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지방의료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공공병원 수는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체의 5.5%, 병상 수는 9.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비중이 가장 낮다. 국내의 경우 민간병원이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90% 가량을 차지하지만 진료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데다 병상확보 문제, 병원 내 감염 우려 등으로 감염병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코로나19의 경우 전체 병원의 10%도 되지 않는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80% 이상을 감당했다.

향후 닥칠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려면 공공의료 강화를 목적으로 설정된 70개 중진료권에 단계적으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교 교수는 "우선 70개 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은 물론 책임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익적 민간병원도 없는 19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을 신축하고, 공공병원은 없지만 역량 있는 공익적 민간병원이 있는 9개 중진료권은 우선 민간병원을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이 공중보건 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다 하려면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직결되는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지방의료원 등이 중증 환자 진료가 가능한 수준까지 시설과 인력 규모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일각에선 '적자가 나는데 왜 운영하느냐'고 말하지만, 불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소방서를 없애지 않듯,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없는 도 지역에는 공공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실질적인 시설·인력 확충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민간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공공병원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라면서 "특히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추가적인 확충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공공성 강화를 추진할 수 있겠지만, 시설, 장비, 인력 등 의료 인프라에 직접적인 투입을 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공공정책수가란 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별도의 수가를 매겨 보상을 강화하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보건의료 정책 공약 중 하나였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8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3.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8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3.08. [email protected]


민간병원의 공공성 강화도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과제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창궐과 확산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중앙감염병병원과 수도권·호남·충청·경남·경북 등 5곳에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코로나19처럼 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결국 민간병원들이 환자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코로나19의 경우 중환자 병상을 운영하는 공공병원 비중이 매우 낮아 대학병원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감염병 환자 치료에 추가 투입되는 인력·자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격리 공간 확보, 개인보호구를 비롯한 감염관리 비용 등이 반영된 별도의 감염병 환자 진료비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설 개선 지원비 지원, 감염관리 병동 투입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 별도의 감염병 환자 진료비 책정 등의 지원을 통해 감염병 대응 병상의 공공성을 높여 유사 시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병상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민간병원이 감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감염관리 병동을 구축하거나 중환자실 다인실 구조를 1~2인실로 바꿔야 해 시설 개선과 인력 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중환자실을 모두 1인실로 만든다면 적어도 전체 중환자 병상의 30~40%가 감소하는 반면 의료 인력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면서 "민간의 후원을 받아 시설 투자를 하더라도 유지 비용을 확보하거나 지원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구조 개선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박성훈 대한중환자의학회 표준화이사(한강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인실 구조는 감염 확산에 매우 취약할 뿐 아니라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면서 "평상시 중환자실 인력구조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향후 감염병 대유행 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러 환자가 중환자실을 함께 쓰면 사생활 보호 실종, 소음과 빛에 노출되면서 겪는 수면장애로 인한 섬망(일시적인 혼돈과 망상, 불면증, 기억력 저하 등을 보이는 뇌기능 장애)과 스트레스 증가, 여러 항생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 균(다제내성균)으로 인한 접촉성 감염 증가 등으로 결국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중환자실을 대부분 1인실로 운영 중이다. 박 이사는 "한 예로 일본의 대학병원과 뉴욕 컬럼비아대병원은 중환자실이 1인실로 이뤄져 있다"면서 "간호사 1명이 환자 1~2명을 보기 때문에 집중치료가 가능하고 합병증 발생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 치료에는 숙련된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한 대형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중환자의 생존율은 필수 장비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사용해 적절히 조치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골든타임 안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면 의료진의 감염은 물론 번아웃도 줄어들 수 있다. 병원이 인력과 시설, 장비에 투자해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적정한 진료비 책정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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