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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해자 아버지의 절규

등록 2022.12.14 17: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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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해자 아버지의 절규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제 아이는 스토킹을 참고 견디다 처벌이 강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고소를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면 누가 고소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전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전주환(31) 재판이 열린 법정. 피해자의 아버지는 전주환의 엄벌을 탄원하며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 지하철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직장동료 여성을 살해해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사건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났지만 보복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주환은 스토킹 혐의로 법원 판결을 앞두고 실형이 예상되자 보복하기 위해 살해를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다니던 서울교통공사 시스템에 접속해 주소지 정보를 확인하고 건물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근무지에서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살해 범행에 앞서 불법촬영 등 혐의를 받을 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피해자가 전주환을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을 땐 경찰이 아예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지도 않았다. 이에 재판 과정 내내 전주환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지난해 11월에도 스토킹 피해로 신변 보호를 받던 피해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보복 살해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지속적인 스토킹 끝에 전 여자친구를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해 국민적 공분을 산 김병찬 사건이다.

그에게도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정보통신 이용접근금지 등 잠정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살해 수법이 잔혹하고, 또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 등에서 더욱 안타까운 이 사건들은 범행 직후 법원을 향한 비난이 잇따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범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법원이 적극적인 구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무조건적인 구속이 능사는 아니다. 구속영장을 남발하게 되면 사법 안정성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보복 범죄의 경우 그 특성을 감안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시점인 듯하다. 스토킹 범죄는 신고당하면 즉시 신고자를 알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보복의 위험성도 크다.

이미 법조계 내부에선 이런 얘기가 실제로 나온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우려가 높은 사건들에 있어선 위해 가능성을 구속 요건 중 하나인 '증거인멸의 염려'로 보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원의 판단을 촉구하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통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 시행된 지 약 1년이 지났다. 현재 미비점 보안을 위한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들은 법 시행 이후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현실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보복범죄 피해자가 나오기 전 법원이 구속 기준의 재검토 방안을 강구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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