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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싶어도 '사업장 변경 제한' 족쇄…"자유 달라"[외국인력 확대④]

등록 2023.01.06 06:01:00수정 2023.01.18 14: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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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향상 어려운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돼

부당 처우 등 사업주 귀책 인정 사례 매우 적어

고용부도 대안 연구…"사유·횟수 제한 폐지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해 12월1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민주노총, 이주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2.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해 12월1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민주노총, 이주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고용허가제 도입 20주년을 맞아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용상 조건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력도 내국인력처럼 자유롭게 일터를 정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사업장 변경 제도 폐지를 요구해 왔다.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제공해도 사업장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참아야 하고, 사업주들도 처우를 개선해줄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는 외국인고용법상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법령에서 규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변경이 허용되며,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장 변경 횟수도 제한돼 있다. 최초 3년 간은 3회에 한해, 재고용된 경우 연장된 취업활동 기간 1년10개월 동안 2회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정부는 사업장 변경 사유를 확대해 왔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폭행과 같은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3일 내 긴급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을 이뤄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업장 변경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가령 임금체불만 해도 임금의 30% 이상을 2회 이상 주지 않아야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중대재해이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사례에 국한해 사업장을 바꾸도록 해준다.

사업장 변경 사유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 간 이견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이를 증명해야 하는 절차상 난점도 있다. 언어와 문화가 낯선 외국인 근로자로서는 외부 도움 없이 사실상 입증이 어렵다.

재입국 특례로 다시 들어오고자 하는 근로자라면 사업장 이동을 더욱 망설일 수밖에 없다. 재입국 제한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시켜주는 것이 특례 제도인데, 이는 첫 입국시 취업활동기간(최장 4년10개월) 동안 한 사업장에서만 일하거나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해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제도상 한계 때문에 실제로 사업주의 부당한 처우나 근로조건 위반으로 인한 사업장 변경 건수는 극히 일부로 나타난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제조업종 외국인 근로자의 전체 사업장 변경 4만650건 중 부당한 처우와 상해로 인한 사례는 347건(0.8%)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주노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이주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2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08.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주노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이주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2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08.21. [email protected]

UN 사회권 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이주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 폐지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사용자 권한에 종속되며, 농·어업 분야에서 착취와 강제노동을 당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반인권적 제도'라는 비판에도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이주 노동자 5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이 가능해지면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와 정부의 불법체류자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가피하다는 게 판단의 주된 이유였다.

그럼에도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노조와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념대회에서도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은 가장 핵심적인 구호 중 하나였다.

고용노동부도 정책 대안을 연구한 바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21년 고용부 발주로 수행한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변경 사유·횟수 제한 폐지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물론 변경 횟수가 늘어날 개연성이 존재하나, 잦은 이동을 할 경우 사용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게 되고, 재고용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빈번한 이직은 근로자에게도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무분별한 사업장 이동은 일어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다만 연구원은 첫 사업장에 대해서는 1년 간 사업장 변경 제한을 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고용허가제 인력을 선발·도입하는 과정에서 수개월이 걸리는데, 사업장 배치와 동시에 이동이 허용되면 사업주가 새로 구인 노력을 해야하는 부담을 감안해 일정기간 제약을 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경영계에서는 사업장 변경 횟수를 줄이고, 태업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장 변경 제도를 악용하는 근로자는 강제출국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 제도의 개선방향은 노사 입장이 상이한 만큼, 노사가 참여하는 TF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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