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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폭염·가뭄, 겨울엔 살인 한파…전 지구 몸살 [기후위기 현실]②

등록 2023.01.22 07:20:00수정 2023.01.22 10: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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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는 '살인 한파', 유럽은 '겨울 폭염'

20도 이상 겨울 고온에 스키장 폐쇄하기도

뉴질랜드 남섬에는 100년 만의 폭우, 돌풍

"기후 변동폭이 작은 지역으로 이상기후"

"화석연료로 일궈온 문명 송두리째 바꿔야"

[브렌트우드=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에서 한 남성이 아내를 업어 물에 잠긴 집에서 대피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3일간 폭우가 이어지면서 날씨가 추워져 일부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2023.01.17.

[브렌트우드=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에서 한 남성이 아내를 업어 물에 잠긴 집에서 대피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3일간 폭우가 이어지면서 날씨가 추워져 일부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2023.01.17.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최근 미국 뉴욕 서부 등에 전례 없는 눈 폭풍이 덮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반면, 유럽에서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20도까지 올라 스키장이 줄줄이 폐쇄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지난해 여름에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가뭄과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데, 계절에 따라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가시화된 모습이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 여러 지역에 기록적인 한파가 밀어닥치면서 각종 사고로 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뉴욕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버팔로에서는 눈이 1m 이상 쌓여 거리가 파묻혔고, 수일간 눈보라가 이어져 주민들이 고립됐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야외에서 몇 분만 있어도 동상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자동차와 눈더미 등에서 사망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살인 한파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 해빙(얼음)이 줄어들었고, 강한 '음의 북극진동'이 발생한 것이 이번 한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한파의 상처에 신음하는 사이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해 진풍경을 만들었다.

새해 첫날 스위스의 낮 기온은 영상 20도를 기록했고, 폴란드(18.9도)와 독일(16도) 등 주변국들도 예년에 비해 낮 기온이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울에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올라가면서 일부 스키장들이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 눈이 녹으면서 스키 슬로프가 사라진 탓이다.

유럽 지역의 경우 불과 반년 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여름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은 지난달 40도를 웃도는 기온이 이어졌다. 폭염과 가뭄을 겪으면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례를 찾기 힘든 이상 기후가 나타난 것은 미국이나 유럽 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지난해 8월 24시간 만에 300㎜가 훨씬 넘는 비가 내리는 등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다. 최고 시속 120㎞에 이르는 돌풍도 함께 찾아왔다. 또 호주의 시드니에서는 단 나흘 동안 무려 8개월 치에 해당하는 장대비가 쏟아져 수만명이 대피하고, 도시 일부 지역이 마비됐다.
[보르도=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보르도 남쪽 인근에서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지롱드주에서 극심한 가뭄과 폭염 속에 재발한 대형 산불로 주민 1만여 명이 대피하고 소방관 1100명이 투입돼 화마와 싸우고 있다. 2022.08.12.

[보르도=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보르도 남쪽 인근에서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지롱드주에서 극심한 가뭄과 폭염 속에 재발한 대형 산불로 주민 1만여 명이 대피하고 소방관 1100명이 투입돼 화마와 싸우고 있다. 2022.08.12.


이처럼 해외를 중심으로 이상기후가 관찰되는 데에는 다른 나라가 한국보다 기후변동 폭이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하고 기후 변동 폭이 큰 지역보다는 기후변동 폭이 작은 지역에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그러다보니 가뭄이 한번 들면 오랜 기간 유지되고, 산불이 나도 몇 개월씩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기후 변동 폭이 커 (기후변화가) 드러나지 않을 뿐 이미 기후위기는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전세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온대지방에 있는 한국에는 가장 마지막으로 이상기후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전 원장은 화석 연료로 구성된 인간 삶의 기반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민들이 일회용품 안 쓰는 것처럼 '착한 소비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모든 시민이 주체가 돼서 우리 에너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석연료로 일궈온 인간 문명의 기반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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