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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②"산송장 취급, 다신 안갈래"…트라우마 시달린다

등록 2023.01.25 05:01:00수정 2023.01.25 07: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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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중환자실=연명치료’라는 인식 변화 필요
죽음 아닌 회복에 대해 긍정적 인식 중요
법으로 중환자 전문의 전담의 의무화 필수
간호사·보조 인력 등 숙련된 전문인력 확보
다인실서 1인실로 변화도 환자 회복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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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의료계는 25일 중환자 인권 개선을 위해 숙련된 의사·간호사 등의 의료진 확보, 중환자 전문의 지정 등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뇌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20대 청년이 한 달 만에 깨어나서 걸어와 저에게 말을 건 적도 있습니다.”

한 대형병원의 중환자 의료 전문의는 중환자 인권 개선을 위해선 연명 치료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환자실이 환자가 임종을 기다리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치료받는 곳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연명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25일 의료계 의견을 종합하면 중환자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연명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숙련된 의사·간호사 등의 의료진 확보, 중환자 전문의 지정도 의무화돼야 한다.

중환자실을 거친 상당수의 환자들은 자신들을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을 때때로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인식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환자들마저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을 인식하는 순간 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김영혜 부산대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한간호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중환자실 환자의 경험’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이 중환자실에 있다는 사실과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충격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 경험을 한 환자들로 선정됐다.

또 부족한 중환자실 의료진 충원도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제언이다. 이를 통해 의료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전담전문의를 배치하도록 기준이 강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법에서 중환자실 전담의사 의무화는 빠져있다. 박성훈 대한중환자의학회 표준화이사(한강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전담의사를 의무화하지는 않고, ‘둘 수 있다’라고만 돼 있다”며 “따라서 이름만 올려놓고 중환자실에 머무는 시간이 매우 적은 의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합병원에서 중환자 전담의사가 없는 곳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3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여전히 종합병원 10곳 중 3곳 이상(37.6%)에는 중환자 전담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법안으로 제정돼 전담의사가 중환자실에 머물도록 해야 치료의 질이 높아진다”며 “응급상황의 적시에 대처를 할 수 있어 치료의 질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담의사를 둠으로써 치료의 질을 높이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므로, 중환자실 증후군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중환자실 증후군은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건강 문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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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독일)=AP/뉴시스]  프랑스, 독일의 경우 중환자 전담전문의가 1명당 10개 병상 정도를 보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드레스덴 한 병원 의료진이 집중치료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 2023.01.24


전담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보조 인력 등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전담 의사는 물론 간호사, 보조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치료의 질을 향상하고, 의료사고 예방에도 중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정재승 고려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대부분의 외국은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응급실 간호사들은 월급이 높다”며 “정말로 숙련된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 대부분이 1년 안 된 신규가 3분의 2가 넘을 것”이라며 “왜 간호사들이 현재 퇴사와 이직을 계속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의 중환자실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환자 인권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중환자실이 다인실로 운영되다 보니 중환자 증후군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가령, 주변 환자의 임종 과정 지켜보는 것은 다른 환자에게 정신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해당 환자와 보호자도 주변 환자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하기 힘들 수 있다.

정 교수는 “실제 중환자실에는 간이변기나 1인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곳이 있다”며 “이 정도 되려면 다른 병상 하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는 수가 문제와 연결된다. 전문 의료진 확보, 개인실 도입 등은 병원이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수가 보상 등의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제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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