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탐정 역학조사관 "확산 멈출 때 큰 보람"
질병청 역학조사관, 출입기자단과 인터뷰
1997년 역학조사관제 도입, 현재 약 90명
코로나유행 3T 전략 부각…소진 등 과제도
![[세종=뉴시스]질병청 소속 역학조사관인 김인호 연구관이 지난 27일 청주 오송 C&V센터에서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아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만 조사관, 김인호 연구관, 류보영 조사관. (사진=질병청 제공) 2023.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3/03/30/NISI20230330_0001229974_web.jpg?rnd=20230330114710)
[세종=뉴시스]질병청 소속 역학조사관인 김인호 연구관이 지난 27일 청주 오송 C&V센터에서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아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만 조사관, 김인호 연구관, 류보영 조사관. (사진=질병청 제공) 2023.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질병관리청(질병청) 소속 김인호·김영만·류보영 역학조사관은 지난 27일 청주 오송 충청북도 C&V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껏 감염병 대응 최일선에 선 보람 있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입을 모았다.
역학조사관(EIO·epidemiological investigation officer)은 감염병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병 원인과 전파고리를 파악하고 유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세계적으로 '질병 탐정'(disease detectives)으로도 불리며 공통적으로 신발에 구멍이 난 모양의 로고를 쓴다. 그만큼 직접 감염병 추적을 위해 현장을 뛴다는 의미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 부대 내에서 질병을 추적하던 생물학자들로부터 유래한 역학조사는 현재 전세계에 뿌리내린 상태다. 국내에서는 1997년 역학조사관 제도가 도입됐다. 처음엔 공보의 17명, 공무원 2명 등 19명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약 90명으로 늘어났다.
국내에서 역학조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2년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학술 이론 강의와 역학조사 면접 기술을 익히는 실습이 포함된다. 이밖에 Scopus/SCIE급 논문 1편, 유행보고서 2편, 감시보고서 2편, 보도·홍보자료 2편 등도 제출해야 한다. 논문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중도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노로바이러스, 2019년 조개젓 A형간염 등 크고 작은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 투입됐다. 환자 접촉자 동선 지도를 작성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과 확진자가 머문 공간의 환경의 검체를 채취하기도 한다.
역학조사가 완료되면 전파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오염된 환경을 폐쇄하고 접촉자 조사 조치를 하게 된다. 이 같은 확진자의 접촉자 수와 속도 등을 통계로 분석해 유행예측을 하는 것도 역학조사관의 업무 중 하나다.
이 같은 역학조사의 힘은 특히 2020~2021년 코로나19 유행 초기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로 이어지는 '3T 전략'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K-방역'의 상징으로도 부각됐다.
대표적으로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당시 전체 신도 명부를 확보하거나 이태원 클럽 및 부천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추적, 사랑제일교회 및 8·15 도심집회 집단감염 전파를 최소화 하는데 일조했다. 이 때 대중적으로 역학조사관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며 외신에서도 국내 역학조사관의 역할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하루 최대 62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에는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선에 도달했다. 현재는 확진자가 직접 자가기입하고 별도로 동선을 익명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바뀐 상태다.
![[대구=뉴시스] 코로나19 유행 1년차였던 지난 2020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 신천지교회에 대한 행정조사(역학조사)를 앞둔 지난 2020년 3월12일 오전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3.03.30.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3/12/NISI20200312_0016170319_web.jpg?rnd=20200312101742)
[대구=뉴시스] 코로나19 유행 1년차였던 지난 2020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 신천지교회에 대한 행정조사(역학조사)를 앞둔 지난 2020년 3월12일 오전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3.03.30. [email protected]
감염자와 밀접접촉자의 동선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조사 과정에서 신체적 폭력이나 폭언에 노출되는 등 감정노동을 겪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유족들의 동의를 구해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김영만 역학조사관은 "상당히 많은 (바이러스) 노출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쳤다고 판단되거나 감염자의 연령층이 어린 경우 역학조사에 대한 협조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특히 부모 등 보호자의 대응이 달라 폭언이 가해지거나 상황에 대한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역학조사관이 감내하고, 도움을 주려는 의도라는 것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학조사가 늦어지면 감염자를 통해 전파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때문에 소진(번아웃)을 겪는 역학조사관도 적지 않은 편이다.
김인호 연구관은 "코로나19 초기 백신과 치료제 없는 상황이 장기화될 때에는 격무에 시달린 분들이 잔병치레를 하거나 중병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팀워크가 중요한 역학조사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쳐서 유지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고 전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신종감염병 유행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신종감염병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순으로 점차 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및 향후 신종감염병 유행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91.5%는 '신종감염병 및 코로나19 전망’을 묻는 질문에 '향후 10년 내 또 다른 신종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을 예상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상원 질병청 위기대응분석관은 감염병 대유행을 반드시 건널 수밖에 없는 강에 비유하며 "수심이 깊은 급류의 강을 아무 장비 없이 건넌다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며 극복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며 "유행이 끝났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리기 보다는 역학조사관들이 유사시 국민을 지키는 군대의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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