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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수사 급한데…테라 구속영장 줄기각에 검찰 '난감'

등록 2023.04.02 08:00:00수정 2023.04.02 08: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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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공동창립' 신현성 신병확보 또 불발

'테라 도입 청탁' 티몬 前대표 영장도 기각

권도형 송환 악재…증권성 입증 난제 여전

檢, 태세 정비 "답답하나 묵묵히 할 일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 전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2023.03.30.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 전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2023.03.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주 행각 중 마침내 해외에서 붙잡혔지만,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검찰이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했다.

혐의 입증 여부를 두고 법원과의 시각 차가 확인된 데다, 공범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미국과의 송환 경쟁에서 앞서갈 명분도 놓치게 됐기 때문이다.

신현성 등 주요 공범 구속영장 연이어 기각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신 전 대표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봤다.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를 언급하며 "국외소재 공범 등 수사에 장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유모(38) 티몬 전 대표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이 때도 "일부 혐의는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신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모두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매번 모두 기각됐다. 특히 최근 구속영장은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이후 심사가 진행돼 주목받았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신 대표가 이커머스 기업 '티몬' 이사회 의장 재직 시절 유모(38) 티몬 전 대표에게 간편결제 수단으로 테라를 도입할 것을 청탁하고 대가로 루나 코인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를 새로 추가하며 영장 발부를 자신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포드고리차=AP/뉴시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포드고리차=AP/뉴시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권도형 송환 계획에 차질…"한국, 불리해져 아쉽다"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 검찰 내부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 송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현지 검찰로부터 위조여권 관련 수사를 받고 있고,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도 권 대표를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상태다. 싱가포르 경찰도 가상화폐 사기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공범 의혹이 있는 테라·루나 관련자들이 국내에서 수사받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한국 송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신 전 대표 등의 구속영장이 연거푸 기각된 게 변수가 됐다.

앞서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며 범죄의 중한 정도 등을 고려해 송환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수사 진척 및 처벌 여하에 따라 송환의 우선순위가 가려질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도형의 송환을 위한 논리를 마련해 국제적으로 설득을 해야하는 시점에 (공범인) 신현성의 영장이 기각되면 한국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른 논리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정진형 기자 = 가상화폐 테라 코인을 간편결제서비스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모 티몬 전 대표가 17일 오전 10시16분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남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2.17

[서울=뉴시스] 정진형 기자 = 가상화폐 테라 코인을 간편결제서비스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모 티몬 전 대표가 17일 오전 10시16분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남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2.17


증권성 입증 등 수사 난항…향후 영장 청구도 우려

아울러 루나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초기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온 검찰 수사도 벽에 부딪히게 됐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대표를 제소한 것과,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가상화폐도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근거로 검찰은 법원에서도 증권성이 인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이 이번에도 "일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히면서, 증권성 입증이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임이 확인됐다. 검찰은 다른 혐의점으로도 충분히 영장 발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일각에선 "테라·루나 관련자들에 대해선 법원이 어떤 영장도 내주지 않겠다는 거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일단 재청구했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면서 수사태세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일은 묵묵하게 해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대응방안을 놓고 어떤 게 피해자 보호와 구제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일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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