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서민들…대안은 없나
대부업체 대출 급감에 최대 7만명 불법사금융 유입
시장 연동형 금리상한제 주장 있지만 여론 부담 못넘어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30대 이하 청년층이 작년 한 해에만 4만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취약차주 수는 1년 동안 6만명 증가했는데, 30대 이하 청년층에서만 4만명 늘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 붙은 대출명함. 2023.04.17. [email protected]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연구원은 저신용자 5478명과 우수 대부업체 2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저신용자 및 대부업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개인신용평점 하위 10%의 저신용자 가운데 최소 3만9000명, 최대 7만1000명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추정치인 3만7000~5만6000명보다 1만5000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지난해 불법사금융 이용금액도 6800억~1조2300억원으로 추정돼 전년도 추정치인 6400억~9700억원 대비 최대 2600억원 증가했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들이 늘어난 것은 대부업체에서 돈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문에 응답한 저신용자 가운데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8%로 전년도와 비교해 4.6%포인트 증가했다. 응답자의 77.7%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40%는 불법사금융을 통해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연 240% 이상의 금리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3%에 달했다. 심지어 이자가 연 1200%를 초과한다는 응답도 10%가 넘었다.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저신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대부업권이 지난해부터 신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영향이다. 2021년부터 법정최고금리가 20%로 묶인 가운데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하자 대부업권에서는 대출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69개 대부업체의 올해 1분기 신규대출은 2052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81.9%나 급감했다. 대부업체의 신규대출은 지난해 1분기 1조1344억원, 2분기 1조2079억원에서 3분기 9189억원, 4분기 3709억원 등으로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대부업체 대출 신규이용자 수도 올해 1분기 2만6767명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70.6% 줄었다.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대부업체마저 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을 꺼리면서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자금조달 통로를 넓혀주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대부업자들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영업환경이 악화된 대부업체가 저신용자 대출을 적극 공금할 경우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부중개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함으로써 마진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업체를 통한 저신용자 대출절벽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난 2021년 기존 24%에서 20%로 낮아진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거나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서민금융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이후 시중금리가 대폭 상승하고 있는 반면 20%에 묶인 법정최고 금리로 대부업체 마저 대출문턱이 높아져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연동형 금리상한 방식 도입 등을 제안했다.
시장 연동형 금리상한제는 현재처럼 일률적으로 최고금리 상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같은 지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법정 최고금리가 자동적으로 조절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전락 우려가 점증하면서 한때 이를 검토했지만 여론 부담과 국회 반대 등으로 실제 추진에 나서지는 않았다. 당장 국회에는 최고금리를 현행보다도 더 낮은 12~15% 수준까지 낮추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은 부작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도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정책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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