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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교과서, 활용 10%대 그친 'PDF교과서' 오명 벗나

등록 2023.06.09 06:00:00수정 2023.06.09 06: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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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07년부터 디지털교과서 개발, 보급

코로나19 원격수업도 외면…내용 오류도 지적

'AI 맞춤형 진단 기술' 기대…교단은 반신반의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6.0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6.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아직 실체 없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외면당한 현 '디지털교과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민간 기술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는 이미 가상·증강현실(VR·AR) 등 실감형 콘텐츠와 교육과정을 접목한 '디지털교과서'가 보급돼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2013년 당시 교육과정 내용을 바탕으로 초등 3~5학년,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 시범 적용했다.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등 전자 저작물로 옮긴 수준에서 2018년 실감형 콘텐츠를 접목했고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사회, 과학, 영어가 개발돼 있다.

그러나 2020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COVID-19(코로나19) 대응 온라인 개학에 따른 초·중·고등학교 원격수업 운영 실태 및 개선 방향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1879명 중 1229명(65.4%)이 원격수업 중에 디지털 교과서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문 결과 75.3%는 직접 만든 자료를 갖고 원격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첫 해 사상 처음으로 대면 수업이 중단되고 원격수업이 시작돼 디지털교과서가 활성화할 길이 열렸음에도 교단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연구에서 교사들이 외면한 핵심 원인은 부실한 학습 콘텐츠였다. 학생이 교과서에 필기를 하면 교사가 확인하거나, 학습 내용과 관련한 자료를 링크하는 등 PDF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초등 4학년 사회 국정교과서에서는 홍콩의 전경 사진을 인천광역시로 싣는가 하면 제주 섭지코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잘못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8일 교육부가 발표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에 따르면 학생의 학습 이력을 기록하고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오는 2028년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대부분 교과목에 도입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8일 교육부가 발표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에 따르면 학생의 학습 이력을 기록하고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오는 2028년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대부분 교과목에 도입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이런 상황이 이어져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디지털교과서 뷰어 접속 비율은 초등 3~6학년 13.1%, 중학교 15.2%, 고등학교 8.7%에 그쳤다.

교육부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이번에는 초반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AI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법령을 정비해 위상을 전자저작물에서 교과서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학습한 프로그램이 이용자(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학습 경로를 제공하며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수준을 알리는 'AI 보조교사' 수준의 기술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만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에 200억원 상당의 국비 특별교부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기존 디지털교과서 개발에는 2007~2020년까지 모두 577억원이 투입된게 전부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내년 예산 같은 경우 조 단위가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2025년 도입 예정인 수학, 영어 등 교사 16만5000여명에게 내년 겨울방학까지 AI 교과서를 활용한 교수학습법을 가르쳐야 해서다.

현장에서는 AI 교과서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15일 스승의 날을 기념해 교사 675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해 '도움 된다'는 답변은 37.5%, '도움 되지 않는다'는 33.1%로 엇갈렸다.

[세종=뉴시스] 교육부는 8일 발표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방안을 통해 양질의교과서를 개발한 발행사가 많은 수익을 회수하는 '구독형' 가격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콘텐츠 개발 단가 및 기준을 제시하고 과목별 특성, 총용량 등을 고려해 개발비를 보전하는 체계였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3.06.08.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교육부는 8일 발표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방안을 통해 양질의교과서를 개발한 발행사가 많은 수익을 회수하는 '구독형' 가격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콘텐츠 개발 단가 및 기준을 제시하고 과목별 특성, 총용량 등을 고려해 개발비를 보전하는 체계였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3.06.08. [email protected]

가장 큰 장점으로는 '수집된 학생 학습데이터로 개별화된 학습코칭 가능'(32.5%)을, 단점 중 2순위로는 'AI 기술을 활용한 학습의 효과성 미흡'(24.3%)을 꼽아 교단의 시선을 드러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주 교육부와 협의회를 가졌지만 AI라는 글자를 그냥 보기 좋게 붙이는 것인지, 만족할 만큼의 기능이 탑재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도 기술 발전의 속도와 교과서 개발의 속도가 차이 나는 부분을 어떻게 메꿀 요량인지 (지적했다)"라며 "사교육 시장에서 이미 AI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수정, 보완 요청사항을 즉시 검토, 승인해 교과서에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검정 과정에서 내용 외에도 기술 수준에 대한 심사를 따로 진행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5년 1학기 첫 도입 예정인 AI 교과서의 개발 기간이 오는 8월 구분고시와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 9~10개월에 그친다는 점에서 발행사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우수 기술 보유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좋은교사운동은 전날 성명을 내고 교사들이 다양한 회사의 교과서 중 단원별로 선정이 가능하게 하는 '오픈 마켓' 방식을 도입해 우수 콘텐츠를 교단에서 자유롭게 쓰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에 앞서 서비스 중인 AI 똑똑 수학탐험대 시험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3.06.0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에 앞서 서비스 중인 AI 똑똑 수학탐험대 시험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3.06.08. [email protected]

아울러 통계청 중위 추계에서 초등학생의 경우 2022년 266만 명에서 2033년 144만 명으로 54%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 만큼 보다 명확한 재정 투입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에 기존 '디지털교과서'에서 쓰던 개발비 보전제 대신 '구독형' 방식으로 체계를 개편, 학교에서 많이 채택 될수록 수익을 가져가고 특정 업체 독점을 막기 위해 당분간 이를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독료는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상태다.

이 부총리는 전날 학교에서 저조한 채택률을 보일 경우에 대해 묻자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옛 디지털교과서와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술적으로 거의 천지차이"라며 "훨씬 더 효과적이고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교사의 현장 체험형 연수로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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