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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 국회로…'느린 사형' 우려 여전

등록 2023.10.30 16:50:45수정 2023.10.30 18: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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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도 우려 제기

입법조사처 "감형 가능성 낮아…느린 사형"

"형벌의 목적인 예방·재사회화 고려 못 해"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다만 대법원에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회 단계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사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0.24. bluesoda@newsis.com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다만 대법원에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회 단계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사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0.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다만 대법원에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회 단계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30일 흉악범에게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무기형을 선고받고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이 같은 단서조항을 두고 흉악범이 죗값을 다 치르지 못하게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지난 여름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등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무기형을 선고받은 흉악범도 20년만 복역하면 가석방의 기회를 얻는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은 더욱 가열됐다.

이에 법무부는 법 개정 작업에 착수, 지난 8월14일부터 9월25일까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을 통해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했다.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선고받은 흉악범은 가석방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흉악 범죄로 인생 전부를 잃은 피해자들과 평생 고통받아야 하는 유족의 아픔을 생각하고, 앞으로 흉악 범죄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국회로…'느린 사형' 우려 여전


이 같은 개정안 입법이 추진되자 대법원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25일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금고형 신설에 대해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골자다.

아울러 법원행정처는 사형제를 그대로 둔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려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새로운 유형의 형벌을 추가하는 것으로, 기존의 논의와 궤를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형·무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범죄 중 어느 것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적용할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전제'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내고, 대법원과 비슷한 취지의 우려를 표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범죄자의 교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수형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결과는 사형과 같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사면을 통한 감형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나, 실제로 감형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어떠한 대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도입된 개정안은 '느린 사형'의 모습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수형자를 사회적·심리적으로 황폐화할 수 있고, 형벌의 목적인 특별예방 및 범죄자 재사회화를 고려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자유를 회복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 위헌일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위해 특별감형이나 중무기형 같은 보완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양형 조건을 별도로 마련해 적용 범위를 엄밀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돼 심사를 받는다. 이후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는데, 이를 통과하면 정부 공포를 거쳐 시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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